최근 미국 중고 의류 시장이 패션 산업의 지형을 재편하는 강력한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합리적인 소비와 지속 가능한 가치를 중시하는 MZ세대의 적극적인 참여와 더불어, 주요 패션 브랜드 및 백화점들의 시장 진입이 가속화되면서 중고 거래는 핵심 유통 채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Z세대 83%’ 중고 의류 거래한 경험 있다
미국 중고 의류 시장의 성장은 객관적인 통계 지표로 명확하게 드러난다. 올해 ‘캐피털 원 쇼핑(Capital One Shopping)’이 발표한 ‘Statistics (2025): Industry Size, Revenue & Growth Rate’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미국 쇼핑객의 58%가 중고 의류를 구매한 경험이 있으며, 약 75%는 중고 의류를 구매했거나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Z세대 소비자의 83%는 중고 의류를 구매했거나 관심이 있으며, 34%는 항상 중고 매장에서 먼저 쇼핑한다고 답한 지점에서 젊은 세대의 중고 시장 호감도가 높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중고 의류 시장의 급성장은 젊은 세대의 윤리적 소비 의식과 맞닿아 있다. 중고 의류 구매는 환경 보호에 기여하고 자원의 선순환에 동참한다는 인식은 MZ세대의 주요한 신념 중 하나다. 또한 높은 물가와 관세에 부담감을 느끼고, 의류 제품의 품질은 나날이 떨어지는 반면 가격은 상승하는 현상에 염증을 느끼는 이들이 늘어난 것 역시 헌 옷 시장 성장 요인으로 거론된다.
‘기업의 중고 의류 판매’는 선택이 아닌 필수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중고 소비 행태에 발맞춰 유명 패션 브랜드 및 유통 대기업들도 중고 거래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리세일 플랫폼 ‘스레드업(thredUP)’은 패션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 실현 노력에 대한 소비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중고 의류 수요가 늘어나는 점에 착안해, 패션 업체를 대상으로 중고품 대행 판매 서비스(Resale-as-a-Service)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사 브랜드의 중고 의류 판매 사이트 구축부터 재고 관리, 사진 촬영, 가격 책정, 배송, 고객 서비스까지 리세일의 전 과정을 담당하는 서비스다. 또한 빌 게이츠의 딸 피비 게이츠가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쇼핑 에이전트 ‘피아(PHIA)’에 미국 내 최대 규모의 중고 패션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었다는 사실 역시 중고 의류 시장의 시장 가능성을 방증한다.
‘갭’, ‘리포메이션’, ‘토미힐피거’는 스레드업의 서비스를 통래 중고 의류를 유통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룰루레몬’, ‘파타고니아’, ‘리바이스’ 등은 자체 사이트 혹은 파트너십을 통해 자사의 중고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또한 ‘H&M’, ‘바나나 리퍼블릭’ 등은 중고 제품 판매 섹션을 매장에 개설하고 있다. 패션 기업의 중고 시장 참여는 단순히 수익 창출을 넘어,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 경영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스레드업은 앞으로도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한다. 소비자의 가치 변화, 기업들의 전략적 시장 참여, 그리고 중고 거래의 편의성을 높이는 온라인 플랫폼의 발전이 시너지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중고 시장은 개성을 표현하고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현대 소비 문화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전 세계 산업의 흐름을 주도하는 미국에서 중고 의류 시장이 성장하면서, 중고 의류 거래가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패션 산업의 미래를 재정의하는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국내 기업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으며, 이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일례로 국내 대표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올해 8월 중고 거래 마켓을 조성하기 위해 ‘무신사 유즈드(MUSINSA USED)’ 서비스를 론칭했다. 검수와 제품케어, 상품 촬영, 배송, CS 등 전 과정을 무신사가 직접 관리함으로써,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최적의 경험을 제공한다고 브랜드 측은 설명한다. 기존 중고 거래 서비스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동시에 브랜드 상품의 생애 주기를 더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국내 1위 기업의 선도적인 행보가 패션 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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