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이 음악 시장을 지배하는 시대지만, 한국을 중심으로 물리 음반(CD, LP) 시장은 되레 커졌다. 물리 음반 시장의 성장은 폴리카보네이트(CD)와 PVC(LP)라는 플라스틱 기반의 생산·포장·물류를 전제로 한다. 한국을 중심으로 2019~2024년 흐름을 추적하고,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시장을 비교하면, 성장 서사 뒤에 과잉 생산과 환경 비용의 외부화가 선명해진다.

K-POP이 폭증시킨 CD 판매량

2024년 IFPI는 전 세계 물리 음반 매출은 2023년 약 51억 달러로 증가세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국가별로는 미국과 영국에서 LP의 비중이 두드러지고, 일본과 한국은 CD의 존재감이 뚜렷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 데이터 분석기업 ‘루미네이트(Luminate)’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2023년 판매 물량은 LP 4,960만 장, CD 3,790만 장으로 LP가 단가와 화제성을 앞세워 우위를 굳혔다. 영국 음악 전문 보도 기관 BPI는 동기간 영국에서 LP 610만 장, CD 1,080만 장이 팔렸다고 발표했다. 한국에서는 K-POP 시장의 영향으로 다버전·특전 중심 판매가 물량을 증폭시키며, 글로벌과 결이 다른 성장 메커니즘이 형성됐다.

K-POP CD 생산·판매의 핵심 질문은 수요냐, 설계된 과잉이냐는 점이다. 서클차트의 연간 앨범 판매량 집계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CD 판매 물량은 2019년 약 2,500만 장 수준에서 2020년 3,600만 장, 2021년 5,710만 장, 2022년 8,090만 장을 거쳐 2023년에 1억 1,420만 장으로 급증했다. 불과 4년 만에 4배 가까이 커진 셈이며, 물량의 상당 부분은 소수 상위 아티스트에 집중됐다. 표지와 구성 등을 차별화한 ‘다버전’과 포토카드, 팬 이벤트가 1인 다구매를 구조화해 실청취와 무관한 구매를 양산하고, 초도 물량 확대→품절 공포→재고·덤핑·폐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고착화했다. 같은 시기 한국의 음반 수출도 빠르게 늘었으나, 이는 실사용 확대라기보다 팬덤 소비 패턴의 증폭 효과가 컸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CD는 폴리카보네이트 원판에 알루미늄 증착, 라커·잉크 코팅과 경화 공정을 거치며, 젤케이스·인서트·수축필름 등 포장재가 동반된다. LP는 염소계 수지인 PVC를 고온에서 가열·압착해 만들고, 가소제·안정제 등 첨가제와 높은 공정 에너지가 수반된다. 공개된 수명주기평가와 재료 데이터에 따르면, 표준 포장 기준으로 CD 1장의 탄소발자국은 대략 0.3~1.0kgCO2e 범위, LP 1장은 0.5~1.6kgCO2e 범위로 보고된다. 포장 구성(두께·부피·수축필름), 운송 수단(항공 vs 해상), 전력 믹스(재생에너지 비중)에 따라 배출량은 크게 달라지며, 복합소재·코팅·접착으로 재활용성이 낮아 실제로는 소각·매립 비중이 높다. 특히 K-POP 특유의 두꺼운 포장(포토북·특전·하드박스)은 동일 음악 콘텐츠 대비 포장발자국을 키우는 요인이다.

디지털 앨범: 대안 vs 상술

업계에서는 키트 앨범을 필두로 플랫폼 앨범(디지털 코드 앨범)을 기존 앨범의 대안으로 선보이고 있다. 디스크 자체를 제거해 디지털 형태로 음원을 유통함으로써 원재료와 공정 에너지를 줄이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상당수 상품은 포토카드·미니북·플라스틱 슬리브 등 ‘굿즈 패키지’로서 유통되는 추세다. 결과적으로 디스크가 제거되고 무게·부피는 줄어도 복합재 포장과 다구매 유인은 그대로이며, 차트 반영을 노린 최소 구성의 대량 구매가 더 쉬워졌다.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디스크 제거에 안주하지 않고 포장 단일 재질화, 수축필름 제거·슬림화, 재활용 용이 설계, 그리고 실구매자 인증 기반의 차트 집계 전환이 함께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포장’일 뿐이다.

산업의 대응은 더디고 과잉은 빠르다. 일부 레이블·제조사가 재활용 PVC(리바이닐)·재생 폴리카보네이트 시험, FSC 인증지·수성 잉크 전환, 수축포장 제거, 슬림 케이스 도입,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확대 등을 내세운다. 하지만 판매량이 산업 내 성공을 가르는 유일한 지표로 군림하는 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이루어질 수 없다. 차트와 규제는 환경 비용을 지표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거세지는 까닭이다.

일각에서는 차트를 실구매자 인증과 중복 구매 상한, 디지털 청취·소유 이력 결합 등으로 집계 방식을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출하·결제 수량만으로 순위를 매기는 방식은 과잉 생산의 보증수표다. 정책적으로는 생산자책임재활용(EPR) 강화, 과대포장 규제 상향, 제품별 환경성적표지(EPD) 의무 공개가 필요하다. 플랫폼 앨범은 환경 이득을 수치로 입증하지 못하면 물리 앨범과 동일한 규제 범주에 포함되어야 하며, 반대로 포장 감축·재생 원료 사용·재생에너지 전환 등 객관 지표를 충족한 ‘친환경 에디션’에는 명확한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즉, 기업과 정부의 적극적인 문제 개선 의지와 실천이 병행되어야 음악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결론은 분명하다. 물리 매체의 부활은 문화와 수출에 기여했지만, 현재의 성장 모델은 과잉과 폐기를 전제로 성과를 만든다. 디스크 한 장, 포토카드 한 장, 수축필름 한 겹이 쌓여 만든 플라스틱의 산을 외면한 채 ‘성장’을 말할 수는 없다. 한국 중심의 산업은 전면적인 생산·집계·소비 방식의 개선이 절실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 '부활'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 사진 출처: Freepik.com(AI 이미지 형성 기술 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