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프렌들리 존으로 운영되는 스타벅스 구리갈매DT점

지난 6월 KB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내 반려가구는 약 591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6.7%에 달하며,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인구는 1,500만 명을 넘어섰다. 반려동물은 단순한 동물을 넘어 '삶의 동반자'이자 '가족'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방증이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반려동물을 사람처럼 대우하고 최상의 보살핌을 제공하려는 '펫 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 트렌드가 탄생했다. 펫 휴머니제이션 트렌드는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의 다양화를 넘어, 반려동물의 생애 전반을 책임지고 더 나은 삶을 제공하려는 보호자들의 요구에 맞춰 거대한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양육자와 따로, 또 같이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공간과 서비스’


펫 휴머니제이션 트렌드가 뚜렷하게 발견되는 분야 중 하나는 라이프스타일 공간이다. 과거에는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장소조차 찾기 어려웠으나, 이제는 반려동물을 위한 특화된 공간이 등장하며 그 수준 또한 높아지는 추세다.

먼저 펫 프렌들리(pet-friendly)를 넘어, 반려동물을 위한 특화 메뉴(수제 간식, 펫케이크, 영양 음료)와 함께 펫 전용 놀이 공간, 포토존 등을 갖춘 전문 반려동물 동반/전문 카페 및 식당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 커피 브랜드 굴지의 1위 ‘스타벅스’는 더북한강R점과 구리갈매DT점을 펫 프렌들리 매장으로 개점하며 반려동물 전용 공간인 펫 존을 50평 규모로 조성하고, 반려동물 전용 음료인 '퍼푸치노'를 제공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곳에서는 양육자와 반려동물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SS 패밀리 3in1 텀블러' 등의 특화 상품을 선보이기도 한다. 2022년 1월 첫 매장 개점 후 올해 8월 누적 방문자수 20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큰 인기다.

반려동물 양육자의 외출이나 부재 시, 반려동물을 안심하고 맡기거나 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돌봄 서비스 시장 역시 급성장하고 있다. 펫 유치원, 호텔 및 탁묘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시설은 반려동물을 일정 기간 맡아주는 것은 물론, 사회화 교육, 행동 교정 등 전문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기도 한다. ‘롯데호텔 제주’는 프리미엄 펫 동반 객실 및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여 가족 여행 시에도 반려동물과 함께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 외에도 아로마 테라피, 머드팩, 탄산 스파 등을 앞세운 펫 미용 및 스파 전문점은 서비스 고급화로 반려동물 양육자의 이목을 끌고 있다.

보다 건강하게 오래 함께, ‘헬스케어 및 금융 서비스 고도화’

반려동물의 높은 의료비에 대한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질병, 상해, 배상책임 등을 보장하는 다양한 반려동물 보험 상품이 출시되어 대중화되었다. 삼성화재 '애니펫', 현대해상 '하이펫', 메리츠화재 '펫퍼민트' 등이 대표적이며, 고액 수술비부터 만성 질환 치료비까지 보장하는 종합형 보험부터 특정 질병에 특화된 보험까지 선택의 폭이 넓어지며 반려동물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보호자가 반려동물보다 먼저 사망하거나 돌볼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하여, 반려동물의 남은 생을 책임지고 관리해 줄 보호자와 비용을 미리 준비하는 KB국민은행 'KB 위탁관리형 유언대용신탁(펫신탁)'과 같은 서비스도 제공되고 있다. 반려동물의 미래를 염려하는 보호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반려동물의 연령, 품종, 알레르기 유무, 건강 상태를 고려한 맞춤형 사료, 유기농 사료, 휴먼그레이드(사람이 먹을 수 있는 등급) 간식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로얄캐닌(Royal Canin), 오리젠(Orijen) 등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는 물론, 하림펫푸드의 '더:리얼', 정관장의 '지니펫'과 같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신선한 원료를 사용한 제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기능성 영양제와 특정 질병 관리를 위한 처방식 사료도 매우 다양하게 출시되는 추세다.

4차 산업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도 주목함 직하다.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목걸이, 자동 급식기, IoT 연동 장난감 등 반려동물의 활동량, 수면 패턴, 식사량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분석하여 보호자에게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다양한 기기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반려동물 건강 플랫폼 핏펫(Fitpet)은 자가 검진 키트인 '어헤드(Ahead)'를 통해 질병 조기 감지를 돕고 있으며, SK텔레콤은 AI 기반 수의 상담 앱 'T 아메리칸 타요(T American Tayo)'를 선보여 비대면 진료 및 건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외에도 피부병 진단 앱 '펫나우(Petnow)', 스마트 자동급식기 '펫킷(Petkit)' 등은 보호자들이 반려동물의 건강을 더 섬세하게 관리하도록 돕는다.

마지막까지 함께하는 ‘추모 및 애도 산업’

반려동물의 죽음을 가족의 죽음으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정착되면서, 이별의 순간과 그 이후까지를 아우르는 추모 및 애도 산업 역시 중요하게 성장했다.

전문적인 장례 절차와 품격 있는 추모 공간을 제공하는 반려동물 장례식장과 추모 공원은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펫포레스트', '21그램' 등이 대표적이며, 화장, 수목장, 스톤 제작, 유골함 안치 등 다양한 추모 방식을 제공하고, 보호자들이 언제든 반려동물을 기억하고 애도할 수 있게 돕는다.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으로 인한 ‘펫 로스 증후군’을 겪는 보호자들을 돕기 위한 전문 심리 상담 서비스나 커뮤니티 프로그램도 눈길을 끄는 사례다. 대형 동물병원과 연계된 상담 서비스나, 한국펫문화진흥원 등 전문 기관에서 제공하는 교육 및 상담이 확산하고 있다.

펫 휴머니제이션 트렌드는 단순히 반려동물 관련 산업의 외형적 성장을 넘어, 인간과 동물의 공존 방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반려동물의 의식주부터 건강, 여가, 그리고 이별에 이르기까지 생애 전반을 아우르는 토탈 케어 서비스 시장은 앞으로도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의 이면에는 고가의 서비스 및 제품 접근성 문제, 반려동물 복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 그리고 인간의 시각에서만 동물을 바라보는 인간 중심주의적인 접근을 경계해야 한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기술 발전과 시장 확대가 단순히 인간의 만족을 넘어, 모든 반려동물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 사진 출처: 스타벅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