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인체의 60~70%를 구성한다고 알려진다. 체온 조절, 노폐물 배출, 영양소 운반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물의 중요성은 거듭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이에 물 섭취 및 효능과 관련한 다양한 조언이 만연하다. “하루에 반드시 8잔의 물을 마셔야 한다”라거나 “물을 많이 마시면 독소가 모두 배출된다”라는 식인데, 그중 상당수는 속설인 경우가 많다.

“물은 하루 8잔 섭취해야 한다?”

60여 년 전인 1945년 미국에서 제기되어 현재까지 물 섭취와 관련해 대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정보다. 8잔은 약 2리터 분량으로, 하루 8잔 물 마시기에 도전했다가 생각보다 쉽지 않아 곤욕을 치렀다는 사람들의 반응을 심심찮게 마주할 수 있다. 하루 섭취해야 하는 물의 양은 사람마다 다르다. 예컨대, 키와 몸무게, 근육과 체지방량, 대사율, 운동량, 땀 배출량, 임신·수유 여부, 질환 여부에 따라 권장 섭취량은 달라진다. 또한 과일과 채소, 음료수를 통해서 공급되는 수분량을 반영하면, 실제로 권장되는 물의 섭취량은 많이 감소한다. 모두에게 적용되는 물 섭취 권장량은 적용되지 않지만, 삼시 세끼 균형 있는 식습관을 유지하는 이들이라면 1.2L~1.8L, 약 5~7잔도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갈증은 신체가 이미 탈수 상태라는 신호다?”

부분적으로만 맞는 주장이다. 갈증은 체내 수분 균형이 흐트러질 때 나타나는 보호 반응으로, 가벼운 갈증은 즉시 수분을 보충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노인층이나 일부 만성질환자는 갈증 감각이 둔화해 탈수가 진행된 뒤에야 갈증을 느끼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들에겐 정기적인 수분 섭취 권고가 필요하다.

“물을 많이 마시면 독소가 배출된다?”

물은 노폐물 배출을 돕지만, 독소를 배출하지는 못한다. 우리 몸의 해독 기능은 주로 간과 신장이 수행한다. 적절한 수분은 신장 기능을 도와 노폐물 배출을 원활하게 하지만, 단순히 물을 섭취한다고 해서 체내 독소가 더 제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매우 과한 물 섭취는 전해질 불균형을 초래하여 심할 경우 두통, 구토, 부종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물을 많이 마시면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

물을 섭취하면 신체에서 물을 데우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하여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는 설이 널리 퍼져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및 근거가 미흡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체중 감량은 총 섭취 칼로리와 소비 칼로리의 균형이 핵심이며, 따라서 칼로리가 없는 물은 체중 감량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지 못한다. 단, 식사 전 물을 섭취하면 포만감으로 인해 과식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으므로 ‘간접적인 효과’는 얻을 수 있겠다.

“잠자기 전 물을 마시면 숙면에 방해된다?”

물을 마시는 양에 따라 옳기도, 틀리기도 한 주장이다. 밤중 화장실에 자주 가는 것을 피하려면 취침 직전 과도한 수분 섭취는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전반적인 수분 부족으로 인한 불편함이나 두통을 막기 위해 잠들기 전 적당량을 마시는 것은 괜찮다.

“물은 많이 마셔도 건강에 지장이 없다?”

드물지만 과도한 물 섭취는 혈중 나트륨 농도를 낮추는 저나트륨혈증, 이른바 ‘물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두통과 오심, 심한 경우 의식 저하라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또한 심부전, 신부전, 간경화, 갑상선기능저하증, 부신기능저하증 등 부종을 유발하거나 수분 배출 기능에 영향을 주는 질환을 겪고 있다면 과도한 수분 섭취를 경계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물 섭취에 ‘모두에게 적용되는 완전한 규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의 생활 방식과 상태를 고려해 유연하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갈증과 소변의 색과 같은 간단한 지표와 생활 습관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맞는 수분 섭취 계획을 세우면, 불필요한 과섭취나 탈수를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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