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여름 기온이 37℃까지 치달으며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음료를 찾는 대중이 많은 가운데, 그중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국민 카페 음료로 불리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섭취량이 느는 여름을 맞아 건강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섭취 방법을 제안한다.
‘각성 효과’와 ‘수면’을 고려하면 ‘오전 9~11시’가 최적
커피의 적정 섭취 시간은 두 가지 기준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 먼저 각성 효과다. 많은 이가 활력 넘치는 하루의 시작을 위해 기상 직후 모닝커피를 마시지만, 최대한의 각성 효과를 내고 싶다면 기상 후 1~2시간이 지난 시점에 커피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에 반응하여 신체를 각성시키고 집중력을 높이는 코르티솔 호르몬은 기상 후 30분 정도가 지난 시점에 가장 활발하게 분비되는데, 커피가 함유한 카페인은 코르티솔 분비를 촉진하여 기상 직후엔 신체가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체내 코르티솔 수치가 높을 때는 카페인에 대한 내성이 커져 커피를 과하게 섭취하게 될 수 있다. 미국 메릴랜드주 유니폼드서비스대 연구팀에 따르면, 기상 시간을 7시 내외로 설정했을 때 코르티솔 수치가 가장 높은 시간대는 기상 후 1~2시간이 지난 시점인 오전 8~9시, 오후 12~1시, 오후 5시 반~6시 반이다. 따라서 이 시간대를 피해 커피를 마셔야 카페인의 각성 효과를 최대한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커피의 적정 섭취 시간을 결정할 땐 각성 효과보다 수면에 미치는 영향을 더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인 성인의 카페인 반감기, 다시 말해 체내 카페인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시간은 4~6시간으로 알려진다. 오후 5시에 커피를 마시면 밤 10시가 되어도 체내에 커피 반 잔 수준의 카페인이 남아있을 수 있다.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은 잠들기 8~9시간 전부터는 카페인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으며, 일반적인 사람도 가급적 잠들기 6시간 전부터는 커피 섭취를 지양하는 것이 좋다. 참고로 흡연자의 카페인 반감기는 비흡연자보다 짧은 경향이 있다. 흡연이 간에서 카페인을 분해하는 효소인 CYP1A2의 활성을 증가시켜 카페인이 몸에서 더 빨리 제거되기 때문이다. 다만 카페인 대사 속도는 유전적 요인, 생활 습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므로 흡연자라는 사실만으로 카페인 반감기를 짧게 계산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
요컨대, 수면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최대한의 각성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오전 9~11시가 이상적인 커피 섭취 시간이다.
‘하루 2.5잔’은 넘기지 않을 것
커피의 적정 섭취량은 개인의 카페인 민감도와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르다. 체중 60kg 성인의 일일 카페인 섭취 권고량은 400mg 이하다. 임산부는 체중과 관계없이 300mg 이하를 권장하며, 어린이와 청소년은 체중 1kg당 2.5mg 이하를 권장한다.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는 150mg의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으며, 이를 대입하면 성인은 하루 2.5잔, 임산부는 하루 2잔 정도가 적정 섭취량이다. 그러나 커피 외 초콜릿, 녹차, 홍차, 에너지 드링크, 헬스 보충제 등 여러 식음료에 카페인이 들어있으므로, 이를 고려하여 적정 섭취량을 설정해야 한다. 카페인을 과다 섭취할 경우 불안, 긴장, 수면장애, 심박수 증가, 메스꺼움 등의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찬 음료’는 소화 불량, 고혈압, 면역력 저하의 원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로 마신다면 뜨거운 커피를 마실 때보다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좋다. 찬 음료는 소화기관의 온도를 낮춰 위장관을 수축시키고, 소화액의 분비를 저하하며, 35~40℃에서 가장 활발하게 작용하는 소화 효소의 제 기능을 방해해 소화 불량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일각에는 찬 음료가 과민성장증후군을 악화하는 원인이라는 의견이 있으며, 만성 위염이나 역류성 식도염이 있는 사람은 설사나 복통 증세까지 겪을 수 있다.
찬 음료는 혈관을 수축시켜 고혈압 위험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여름철엔 잦은 냉방으로 체내 기온이 떨어지고 더운 공간에서 찬 공간으로 이동하며 급격한 온도차에 노출되기 쉬운데, 이 상태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같은 찬 음료를 마시면 혈관이 갑자기 수축하면서 고혈압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더불어 체온이 낮아지면 면역 세포의 활동과 혈액 순환이 저하되어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 체온이 1℃ 낮아지면 대사 능력은 12%, 면역력은 30%까지 감소할 수 있다.
모든 식음료가 그러하듯 아이스 아메리카노 역시 개인의 체질 및 건강 상태에 따라 적정한 섭취 방법은 상이하다. 본지의 내용을 기반으로 자신에게 맞는 섭취 시간과 섭취량을 고민해 본다면, 뜨거운 여름을 보다 슬기롭고 쾌적하게 날 수 있을 것이다.
※ 사진 출처: Freepik.com(AI 이미지 생성 기술 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