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즙, 사과즙, 포도즙 등 과일, 채소 생물에서 짜낸 농축액으로 만든 ‘건강즙’. 많은 현대인이 바쁜 일과 중 과일과 채소를 간편하게 섭취하기 위해 건강즙을 챙긴다. 한때 일부 건강즙에 첨가된 당류, 감미료가 건강을 저해한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현재 시중 건강즙은 별도의 첨가물 없이 원물 함량 100%를 내세운 제품들이 주류를 이룬다. 그렇다면 원물 100%의 건강즙은 건강에 오롯이 이로울까? 건강을 지키기 위해 섭취한 건강즙은 외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당뇨 환자는 주의 필요해
과일즙은 혈당을 빠르게 올려 당뇨 환자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과일즙의 당류 함량은 120ml 1포 기준 10g 내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의 하루 당 섭취량을 총열량의 5~10%로 권장한다. 성인 여성의 하루 평균 열량 권장값 2,000㎉를 대입할 때 25~50g으로 환산되는 수치이며, 과일즙 1포는 권장 당 섭취량의 무려 20~40%를 충족한다. 참고로 성인 남성의 하루 평균 열량 권장값은 2,500㎉로, 하루 권장 당 섭취량은 36~72g이다.
당 함량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과일에 함유된 과당은 대부분 단당류로 체내에 빠르게 흡수되어 혈당을 급격히 상승시킨다. 과일을 원물 그대로 섭취할 때는 껍질, 과육에 들어있는 섬유질이 혈당 상승을 늦추지만, 과일즙을 내면 섬유질이 제거되기 때문에 혈당이 더욱 빠르게 오른다. 특히 과당 함량이 높은 포도, 사과는 즙으로 섭취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성인의 하루 과일 적정 섭취량은 200g 내외로, 이는 사과 반 쪽, 딸기 다섯 알, 귤 한 개를 두 번 섭취하는 양과 같다. 건강즙 한 포를 만드는 데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양의 과일이 사용되므로, 건강한 사람도 과일즙 섭취를 가급적 지양하는 것이 좋다.
간 수치 높이는 고농축 건강즙
일부 고농축 건강즙은 간 수치를 높일 우려가 있다. 간은 우리 몸의 독성을 해독하는 기능을 하며, 농축한 과일과 채소를 소화 및 해독하는 과정에서 간에 무리가 갈 수 있다. 또한 평소 잘 섭취하지 않는 원재료를 즙으로 섭취하는 경우가 많은데, 평소 섭취하지 않는 원물의 성분을 해독하는 과정에서도 간 수치가 높아질 수 있다. 상술한 과일즙의 높은 당분 역시 간 수치를 높이는 원인이다. 즙으로 가공된 채소 및 과일의 당분은 인슐린 저항성을 빠르게 높이며, 과당은 지방간의 주요인으로 지적된다.
특히 간 수치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헛개나무는 즙 형태의 섭취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헛개나무를 적정량 섭취하면 간 수치 호전 효과가 있다는 세포 단위의 실험, 동물 대상의 실험 결과는 있지만, 관련한 인체 연구 결과는 미흡한 실정이다. 급성간염이나 만성간염 등 이미 간 손상이 발생한 이들에겐 헛개나무가 간 건강 악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보도도 있다. 2008년 대한간학회지에 발표된 ‘급성독성간염 159례의 임상적 고찰’에 따르면 헛개나무로 인한 독성간염 발생 사례가 존재하므로 식품의약처 헛개나무과병추출분말 일일 섭취량 2,460㎎을 준수할 것을 권한다.
간 수치가 높아지면 피로감, 식욕 감퇴, 메스꺼움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부작용이 의심된다면 즉시 건강즙 섭취를 중단한다.
신장 질환자는 사과, 양파, 배 금물
사과, 양파, 배와 같이 칼륨이 많은 원물로 만든 건강즙은 신장 질환자의 건강에 독이 될 수 있다. 원료별 100g당 칼륨 함량은 사과 146mg, 배 100mg, 양파 144mg 내외다. 신장질환자의 경우, 과일로 한 번에 100mg 정도의 칼륨만 섭취할 것을 권한다. 사과, 배, 양파 외의 채소와 과일도 일정량의 칼륨을 함유하고 있으므로 신중하게 건강즙을 선택하는 게 좋다. 혈중 칼륨 농도가 높아져 고칼륨혈증이 발생하면 심장이 과도하게 뛰거나 감각 이상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니 참고하자.
그럼에도 여의치 못한 상황으로 건강즙을 챙겨 먹기로 한 이들을 위해 몇 가지 팁을 전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제품의 과채 함량에 따라 과채주스(95% 이상), 액상차(70% 이상), 과채음료(10% 이상), 혼합음료(10% 미만)로 표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포장재 표기에 ‘원재료 100%’라고 표기되어 있어도 실제 과채 함량은 다를 수 있으므로 제품의 분류를 꼭 확인하도록 하자. 또한 건강즙은 공복에 섭취하면 위장기관에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식후 섭취를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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