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진보는 후퇴를 동반한다. 인류의 도시화는 편안한 삶을 보장하였으나, 치명적인 환경 오염과 손실을 담보로 해야만 했다. 국립생태원의 모니터링은 동물의 개체 현황을 바탕으로 생태계가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있는지 꾸준히 경고한다.
매년 10% 이상 감소하는 생물다양성
국립생태원은 매년 숲, 하천 등 다양한 자연 서식지에서의 개체수 변화 실태를 발표한다. 지난해 국립생태원이 발표한 생태조사 연보에 따르면, 2015~2024년 전국 주요 하천 정점의 겨울철 조류 개체수 지표는 평균 12~18% 감소했다. 모래톱과 여울이 사라진 직강화 구간일수록 감소 폭이 컸다. 2023년에는 하천·습지 생태건강성 장기모니터링 보고서를 통해 5년 전 대비 수서무척추동물 생물다양성 지수는 평균 15% 낮아졌고, 상위 포식자인 어류·조류의 관찰 밀도도 동반 하락했음을 전했다. 제방 직강화와 호안 콘크리트화로 모래톱과 여울이 소실되어 산란처가 축소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숲에서도 유사한 추세가 발견됐다. 전국자연환경조사 제4차 중간결과에 따르면, 도로와 주택, 농경지 등으로 면적이 축소한 숲에서 중대형 포유류의 출현 빈도가 떨어지고 지역별 생물다양성 지수의 격차가 커졌다. 본래 하나로 연결돼 있던 자연 서식지가 도로와 택지·산업단지, 농경지, 제방·시설물 등으로 잘게 쪼개진, 이른바 ‘파편화 구역’에서 오소리와 담비의 출현 빈도는 2019~2024년 사이 10% 이상 감소했고, 빛 공해가 심한 구간일수록 활동성이 낮아졌다는 관측 결과도 찾아볼 수 있었다. 요컨대, 녹지를 보전한 도시화라도 그 면적이 축소되면 생물다양성은 낮아지고, 도로와 개발지, 생활권의 빛 공해가 사람은 물론 동물에게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뜻이다.
서식지를 잃은 동물은 도로나 인가로 내몰려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2024년 국립생태원이 발표한 야생동물 로드킬 실태조사 및 저감대책 보고서는 2022~2024년 수도권·충청권 주요 도로의 포유류 로드킬 신고 건수가 연평균 8~10% 증가했다고 밝혔다.
해결책: 숲과 숲을 잇는 ‘생태 회랑’
전문가들은 ‘생태 회랑의 확장’이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라고 조언한다. ‘생태 회랑’이란 분리된 녹지를 이어주는 공간으로, 하천변 식생 띠, 공원–가로수길–학교숲이 이어진 녹지 축이 대표적인 예다. 도로나 철도로 인해 단절된 두 생태계를 연결하는 교량과 지하도 같은 ‘생태 통로’를 화랑 내에 알맞게 배치하면 그 효과가 배가된다. 생태 회랑이 ‘길’이라면, 생태 통로는 길을 잇는 ‘다리’와 유사한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2022년 세계자연보전연맹(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and Natural Resources, IUCN)은 생태 회랑으로 녹지와 녹지를 이으면 지역 개체군 간 유전적 교류가 회복되고 국지적 소멸 위험이 낮아진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생태 회랑을 ‘어디에, 어떻게’ 설치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2024년 국립생태원 도시생태·생태통로 연구 인터뷰에 참여한 서병현 박사는 “생태통로는 ‘어디든’이 아니라 ‘정확한 곳에, 종 맞춤 설계로’ 가야 한다. 소형 포유류는 저조도·저소음의 하부 통로, 조류는 상부 녹지교량과 식생 연속성이 핵심이다. 설치 후 2~3년 이용률 추적이 정책 성공의 절반이다”라고 전했다. 2023년 이상헌 선임연구원은 한국수자원학회 하천복원 분과/하천생태 연구에서 “하천은 직강화보다 완충구역 확보와 모래톱·여울 복원이 우선이다. 유속 이질성이 회복되면 저서무척추동물 지수가 먼저 반응하고, 이어 어류 산란 성공률이 뒤따른다. 지류–본류–범람원을 한 세트로 관리해야 한다”라며 복원사업의 우선순위 설정이 중요함을 설파했다.
생태 회랑과 생태 통로의 성과는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검증되었다. 일례로, 2024년 국립생태원은 동물의 이동 경로와 도로가 교차하는 핵심 구간에 유도펜스와 하부 통로, 상부 녹지교량을 결합한 결과 로드킬이 설치 전 대비 30~60% 줄었다고 밝혔다. 또한 2022년 환경부는 야간 조도 하향(색온도 3,000K 이하)과 입구 식생 연속성 확보, 바닥 재질 개선(자갈·토사 혼합) 3요소를 동시에 적용한 하부 통로에서 수달의 야간 통과 빈도가 전년 대비 1.6배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길’은 윤택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사람은 도로와 다리를 통해 기존 생활권 너머의 폭넓은 가능성을 탐색한다. 동물에게도 ‘길’이 필요하다. 나고 자란 터전을 위협받는다면 새로운 터를 찾아야 한다. ‘어쩔 수 없다’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동물의 삶을 훼손한 대가는 인류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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