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은 예상치 못한 일상의 순간에 발생해 환경과 인류의 건강을 위협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 꼴로 반복하는 세탁이 그중 하나다. 우리가 매일 입고 벗는 합성섬유 의류는 세탁 과정에서 미세한 섬유 조각을 흘려보내고, 일부 세제와 섬유유연제는 성분 자체 혹은 사용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더한다. 이 작은 조각은 하수로 흘러가 일부가 처리 과정을 통과해 강과 바다로 유입되고, 식수·먹거리, 대기 중 미세입자 문제로 이어진다. 세탁실에서 시작된 흔한 습관이 지구의 물길과 생태계, 우리의 일상까지 흔드는 셈이다.
한 번 세탁할 때마다 미세플라스틱 ‘72만 8천 개’ 발생
한 번 세탁할 때마다 얼마나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할까. 2016년 영국 플리머스대학교의 실험은 가정에서 6kg 세탁 기준으로 아크릴 의류가 평균 약 72만 8천 개, 폴리에스터가 약 49만 6천 개, 면·폴리에스터 혼방이 약 13만 8천 개의 미세섬유를 배출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2017년 국제자연보전연맹은 바다로 유입되는 1차 미세플라스틱(지름 5mm 이하) 중 약 35%가 합성섬유 세탁에서 비롯된다고 추정했다.
세탁 시 세탁조의 회전과 옷감의 충돌, 탈수 단계의 강한 물리적 스트레스에 세제의 알칼리성이나 효소 같은 화학적 요인이 겹치면서 섬유 단사가 끊기고, 표면이 마모되어 미세플라스틱 조각이 탈락한다. 또한 여러 실험에서 세탁 온도·시간, 탈수 속도, 건조기의 열과 회전이 높아질수록 방출량도 늘어나는 경향이 확인됐다.
문제는 옷감만이 아니다. 세제와 섬유유연제도 미세플라스틱과 얽혀 있다. 일부 세탁 제품에는 세정·발향·안정화를 위해 합성 고분자가 첨가된다. 특히 섬유유연제에 쓰이는 ‘향기 캡슐’과 같은 마이크로캡슐 기술은 미세플라스틱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며, 일부 지역과 기업에서 단계적 축소·대체를 추진 중이다. 2023년 유럽연합은 ‘고의로 첨가된 미세플라스틱’을 제한하며 세정제류 전반에 대한 단계적 규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가정과 기업, 정부의 공조만이 해답
하수처리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처리장은 미세입자를 상당 부분 포집하지만, 다양한 크기·형상의 미세섬유 일부는 방류수로 통과한다. 더 많은 비율은 슬러지에 쌓이고, 이 슬러지가 토양에 환원될 경우 강우·배수를 통해 다시 하천으로 이동하는 악순환이 형성된다. 무엇보다 의류 소비의 증가와 합성섬유 비중 확대로 총량이 구조적으로 늘어나는 만큼, 하류의 필터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해법은 발생 자체를 줄이는 데 있다. 가정에서는 약 30℃의 낮은 온도, 짧은 세탁·탈수·건조 시간, 유사한 재질끼리의 세탁만으로도 방출을 줄일 수 있다. 세탁망이나 전용 필터를 쓰면 방출량을 절반 이상 낮췄다는 보고도 있다. 세제는 과다 사용을 피하고, 생분해성·무(無)마이크로플라스틱 표기가 있는 제품을 고르며, 섬유유연제는 사용량을 줄이거나 대체 전략을 병행하는 편이 안전하다. 어떤 옷을 구매하는지도 중요하다. 폴리에스터·아크릴 등 합성섬유 비중을 줄이고, 내구성과 세탁 내성이 높은 직물을 고르면 방출을 근본적으로 낮출 수 있다.
기업과 정책의 역할도 커졌다. 의류 기업은 필라멘트 강도·연사 구조·표면가공을 개선해 세탁 내구성을 높이고, 방출량 시험을 설계 단계에서 표준화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정부는 고의 첨가 미세플라스틱 제한과 라벨링, 하수처리 고도화 등 상·하류 대책을 병행해 기업의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
세탁은 일상의 작은 반복이지만, 반복은 곧 규모가 된다. 오늘 한 번의 세탁에서 흩어진 조각이 내일의 바다와 토양에서 발견되지 않도록, 세탁 코스를 바꾸고 제품을 다시 고르는 작은 선택부터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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