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은 전 아마존 사용자 경험 수석 디자이너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시작된다. 그는 고백한다. 당신은 “100% 속고 있다”라고. 아마존을 비롯한 대부분의 기업은 문장 하나하나, 픽셀 하나하나를 설계해 우리를 통제하고, 기만하며, 종국에는 개인을 자멸케 한다고 말이다. 한 사람의 목소리는 의견에 그칠 수 있다. 그러나 아디다스, 애플, 유니레버 등 유수의 기업에 몸을 담았던 이들이 이어 등장하며 같은 목소리를 냄으로써 의견은 사실이 된다. 그들은 기업의 낚싯줄에 매여 꼭두각시놀음하는 우리의 모습을 생생하게 증언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지금 구매하세요: 쇼핑의 음모’는 기업이 우리의 삶을 통제하며 소비를 촉진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영상의 초반부, 인공지능(AI) 사샤는 ‘사업에 성공하는 5가지 원칙’을 알려주겠다고 안내(유혹)한다. 사샤가 말하는 사업에 성공하는 원칙은 다음과 같다. ▲더 많이 팔 것(Sell More) ▲더 많은 쓰레기를 만들 것(Waste More) ▲더 많이 속일 것(Lie More) ▲더 많이 숨길 것(Hide More) ▲더 강력하게 통제할 것(Control More). 우리는 금세 사업에 성공하는 원칙은 곧 과도한 소비와 환경 파괴를 유도하는 방법과 다름없음을 깨닫게 된다.
기업들의 뻔한 상술에 놀아나지 않는다고 자신하는, 자신은 늘 합리적이고 윤리적인 기준에 따라 소비한다고 자신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믿음은 얼마나 얄팍한 것일까. 기업들이 제품의 수명을 고의로 단축해 제품의 교체 주기를 늘리고, 재활용이 되지 않는 상품에 재활용 라벨을 붙여 교묘하게 그린워싱을 하며,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겠다는 명목으로 멀쩡한 제품을 훼손 및 폐기하고, 쓰레기를 개발도상국에 불법 수출 혹은 은폐함으로써 소비자의 눈을 가리는 기업의 수치는 이미 많은 매스컴에서 공론화되었음에도 대수롭지 않은 문제처럼 여겨진다. ‘지금 구매하세요: 쇼핑의 음모’가 영리한 까닭은, 기업의 이러한 기만적인 행위를 ‘환경’뿐만 아니라 ‘개인의 도덕성’과 연결 짓기 때문이다. 일견 남 일처럼 느껴지는, 그리하여 쉽게 외면할 수 있는 환경오염과 달리 훼손된 개인의 존엄은 인지하는 순간 곧바로 공포감을 불러온다. 소비가 훨씬 비열하게 우리의 본질과 밀착되어 있음을 증언함으로써 고발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영상의 설득은 불가항력을 얻는다.
요컨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개인의 주관에 따른 소비가 거의 불가능한 시대다. 기업이 유도하고 설계한 방향대로 소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었음이 첫 번째 이유요,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려는 기업의 전략이 철두철미함이 두 번째 이유다. 클릭 한 번으로 집 앞에 물건이 도착하는 첨단의 시스템은 얼마나 많은 불필요한 소비를 대가로 했으며, ‘어쩔 수 없이’ 2~3년마다 스마트폰을 교체해야만 하는 현실은 얼마나 비참한가. 또 애플이 아이폰을 수리해서 사용할 수 없도록 제품을 설계한 것이나 아마존 내에서 환경에 대한 본사의 책임을 물은 이를 퇴출한 것은 얼마나 저열한 행위인가. 환경오염의 책임 소재는 소비자가 아닌 기업이다. 쉬인이 1년에 130만 가지의 신상품을 출시하는 것은 소비자가 그 신상품을 구매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130만 가지의 신상품을 출시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소비는 결국 주체적인 삶 그리고 실존과 관련된 문제다. 우리는 양의 탈을 쓴 기업으로부터 매 순간 우리의 자아와 실존을 부정당하고 있다.
다큐멘터리에는 쓰레기로 덮인 도시를 구현한 AI 영상이 더러 등장한다. 우리는 이 장면 앞에서 모종의 기시감을 쉽게 느낄 수 있다. 그것은 언젠가 상상했던 디스토피아의 현현이며, 일상적인 소비를 한 뒤 가슴 한편에 남아있던 불편한 감정의 근원이다. 영상은 묻는다. 우리의 소비는 얼마나 당연하게 조작되었는지. 그리고 언제까지 당신은 기업의 기만에 휘둘리고만 있을 것인지. 더 나아가 개인의 출세와 기업의 성장이라는 목표가 당신의 존엄을 깎아 먹는다는 것을 알고도 그들의 하수인으로 남아있을 것인지. 이제 당신이 작은 실천으로 답할 차례다.
※ 사진 출처: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