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여느 때보다 뜨겁다. 환경과 사회, 경제의 균형 있는 존속을 위해 힘쓰는 독자들을 위해 세 차례에 걸쳐 참고할 만한 도서를 소개한다. 두 번째 차례는 건강한 공동체를 지탱하기 위한 소양과 지식을 전하는 ‘사회’ 분야다.
우리를 바꾸는 우리 (김성화, 권수진 지음 / 민음사 펴냄)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붕괴의 홍역을 앓고 있다. 많은 이가 현대인의 정치적 무관심을 우려해 왔지만, 작금의 여러 사태는 세대 무관 국민을 한자리에 불러 모으며 민중의 정치적 자정 기능이 정상 작동하고 있음을 방증했다. 혹 최근에서야 정치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면, 그리하여 우리 정치의 생리적 작용에 의문 또는 호기심이 생겼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국민’을 부르짖으면서 정작 ‘국민’을 소외하는 정치인들의 만행, 그리고 좌파 우파 할 것 없이 무의하게 정권 교체가 반복될 뿐인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냉철하게 진단한다. 책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정치’를 약속으로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책의 말미에는 정치적 기본 소양은 물론, 성 소수자·여성·어린이 혐오와 난민 문제와 같은 오늘의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과 일상의 갈등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시선을 얻은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을 테다. 책은 선언한다. “국민이라는 단어 없이는 광범위한 영토 안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정치적 경험을 기술할 수도 없고 정당화하기도 어렵다”고.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만큼 시의적절한 책은 찾기 힘들 것이다.
녹색 계급의 출현 (브뤼노 라투르, 니콜라이 슐츠 지음 / 이음 펴냄)
주변을 한 번 둘러보자. 정점에 이른 환경문제로 인해 비극으로 점철되는 미래를 우려하며 그것이 상상에 그치도록 기꺼이 행동하는 이가 한 명쯤은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를 ‘녹색 계급’이라고 부른다. 녹색 계급은 거창한 지위가 아니다.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투쟁의 뜻을 갖춘 이들이라면 누구나 자랑스러운 녹색 계급이 될 수 있다. 개인의 힘이 끌어낼 변화의 가능성은 무궁하지만, 정치와 제도가 생태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 역시 안온한 미래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녹색 계급의 단결과 연대라고 저자는 주창한다. 호명에는 확실한 힘이 있다. 김춘수의 시 『꽃』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고 선언하듯이, 호명하는 순간 개인은 새로운 정체성과 그로 말미암은 책임감을 부여받는다. 정치적 결집과 투쟁 의식을 축으로 한다는 점에서 여타 환경 서적과는 차별점을 갖춘, 잠시 느슨해졌던 진보의 걸음마에 동력을 실어줄 초록빛 전투 교보재다.
친밀한 착취: 돌봄노동 (알바 갓비 지음 / 니케북스 펴냄)
표준국어대사전은 ‘돌봄’의 원형인 ‘돌보다’를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다’라고 정의한다. 성별이나 지위 여하가 언급되어 있지 않음에도 우리 사회 속 돌봄은 여성의 전유물 또는 낮은 지위의 행위로 인식된다. 책은 이 같은 돌봄에 대한 권위적인 인식을 부정하며, 돌봄은 구성원 일체가 짊어져야 하는 책무이자 적확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는 ‘노동’이라고 선언한다. 돌봄은 우리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재생산 행위다. 현대사회의 돌봄은 사랑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자본주의 이데올로기가 복잡하게 얽힌 우리 사회의 철근이다. 착취로서의 돌봄에서 탈피하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안내하는 이정표를 제시한다.
사람, 장소, 환대 (김현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사회는 사람과 사람으로 직조된 그물망이다. 사람이라는 날실과 씨실은 타인에게 환대로써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으며, 이는 곧 개인에게 정당한 자리와 장소가 부여된다는 뜻이다. 즉, ‘사람대접’이 우리를 사람으로 존재하게 한다. 저자는 사람과 장소, 환대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관념이 아닌, 온전한 실존적 존재가 되는지 풀이한다. 그리고 건강한 개인과 사회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절대적 환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어떠한 조건에도 모든 사람은 사람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추악한 범죄자도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 혹은 인정받아야 하는가? 그래야 하는 이유나 근거는 무엇인가? 사람과 사회를 새롭게 정의함으로써 다양한 사회문제를 남다른 시각으로 풀이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 사진 출처: 민음사, 이음, 니케북스, 문학과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