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양산에 창궐한 러브버그를 삽으로 퍼올리는 모습
사진 출처: 유튜브 '국가대표 쩔템' 갈무리
대표적인 여름철 곤충으로 모기를 떠올리는 이가 많을 테다. 그러나 이제는 러브버그가 그 자리를 대체할지도 모르겠다. 몇 해 전부터 수도권 곳곳에서 대량 출몰하며 주목받은 러브버그는 올해 더욱 강력한 확산세를 보이며 시민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러브버그는 어쩌다 여름 곤충의 대명사가 되었나?
러브버그의 공식 명칭은 ‘붉은등우단털파리’로, 암수 한 쌍이 엉덩이를 맞대고 있는 모습 때문에 ‘러브버그’라는 별칭으로 주로 불린다. 사실 러브버그는 한반도에서 본격적으로 발견된 지 채 5년이 되지 않았다. 2022년 서울 은평구, 서대문구, 마포구와 인천시, 고양시 일대에서 집중적으로 관찰되었으며, 당시 러브버그의 유전자를 분석한 국립생물자원관은 해당 종이 우리나라에 서식한다고 보고된 적 없는 미기록종이라고 밝혔다. 단, 이는 한반도에서의 서식 가능성을 온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며, 단순히 학계에 보고되지 않았음을 뜻한다.
러브버그의 번식 및 대량 출몰의 경로에 대해서는 뚜렷한 설이 밝혀지지 않았다. 가장 설득력 높은 주장은 중국에서 유입되었다는 것이다. 러브버그는 중국 남부 지방과 대만에 주로 분포한다. 지난 5월 양영철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중국 내 농가에 태풍 수해가 수차례 발생하며 축산 곤충인 러브버그의 서식처가 없어지자, 러브버그가 서풍을 타고 우리나라에 자연 유입되었을 수 있다고 전한 바 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 광둥성에 서식하는 러브버그와 한국에 서식하는 러브버그의 유전자가 매우 흡사하다는 연구 결과를 덧붙였다. 지난 6월 강원대학교 산림과학부 정종국 교수 역시 2010년쯤부터 중국과의 무역이 활발해지며 여러 개체가 유입되었다고 전하며 중국 유래설에 힘을 실었다. 실제로 중국과 대만의 러브버그는 1996년 일본 야야마 제도, 2015년 오키나와 본섬으로 유입됐다는 보고가 있다.
물론 유입된 외래종이 모두 한반도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반도가 점점 더 고온다습해지며 러브버그의 번식이 유리해졌으며, 러브버그 유충에게는 새나 거미와 같은 곤충 포식자가 존재하는 반면 러브버그의 성충은 특별한 천적이 없어 확산이 가속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익충'과 '해충' 사이 모호한 논쟁
방제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으나 러브버그는 해충이 아니라 방제의 당위성이 모호하다. 러브버그 유충은 낙엽이나 죽은 식물을 분해하여 진드기 박멸 및 토양 비옥화에 기여하며, 성충은 꿀이나 수액을 섭취하여 식물의 수분을 돕는다. 인간을 물거나 질병을 옮기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인간에게도 큰 해를 입히지 않는다. 더구나 러브버그를 화학적 방제할 경우 오히려 러브버그의 천적을 몰살시켜 러브버그의 번식을 가속화하고 심할 경우 생태계 피라미드를 무너뜨릴 가능성도 있다. 다만, 러브버그가 비정상적으로 창궐함에 따라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만큼 해충으로 분류해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러브버그를 해충으로 보자는 측의 주장은 이들이 더욱 깊숙한 도심까지 침투하였음을 증거로 든다. 본래 러브버그는 주로 산 주변에서 서식하지만, 열섬 현상과 도심 내 녹지 증가, 러브버그가 좋아하는 부식층이 배출하는 가스와 배기가스의 유사성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하여 도심으로 확산하며 서식지의 경계가 무너진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러브버그의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천연 곰팡이 농약’을 개발 중이다. 토양에 존재하는 곤충병원성 균류 가운데 러브버그 유충을 선택적으로 죽이는 곰팡이를 찾는 실험을 진행 중이며, 효과가 입증된 균류는 농약 형태로 개발해 살포할 예정이다. 화학 살충제와 달리 친환경적이라 역효과에 대한 우려도 적다. 이와 함께 정부는 성충은 천적, 유충은 곰팡이로 잡는 이중 방제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우리나라의 까치와 비둘기, 참새, 거미가 러브버그를 경계하지 않고 점차 먹이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밝혔다.
올해 안으로 정부 주도의 방제 전략이 시행될지는 미지수지만, 러브버그는 고온다습한 기후를 선호하고, 번식 후엔 수컷과 암컷 모두 죽는 특성이 있어 장마가 끝나고 건조해지면 자연 소멸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