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무심코 마시는 티백 한 잔에도 환경과 건강을 위한 고민이 담기기 시작했다. 수많은 소비자가 차를 선택하는 기준에 ‘티백의 소재’를 포함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세플라스틱'과 '생분해' 그리고 '인프라 문제'를 키워드로 티백과 지속 가능한 식품 포장의 미래를 논해본다.
티백, 모두 같지 않다 – 주요 티백 소재와 특징
시중에 유통되는 티백은 크게 네 가지 소재로 나뉜다. 먼저 ‘나일론·폴리에스터 메시’는 실버티나 피라미드형 고급 티백에 많이 쓰이며, 추출이 빠르고 형태 유지가 용이하다. 그러나 고온에서 다량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될 수 있어 건강 우려가 제기된다.
‘PLA(PolylacticAcid)’는 옥수수 전분과 같은 식물성 자원을 기반으로 한 생분해성 소재다. 음용 중 미세플라스틱 걱정을 덜 수 있어 각광받고 있지만, 산업용 퇴비화 시설이 필요한 분해 조건과 취약한 인프라가 한계로 꼽힌다.
‘종이’ 티백은 대중에 가장 친숙한 형태로, 환경에 좋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열접착 방식에 따라 접합제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소량 검출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그리고 ‘면사(거즈형 천)’는 재사용할 수 있으며 인체에 무해하지만 원가 부담과 대량 생산의 어려움으로 보편화에는 한계가 있다.
PLA 티백, 안전한가요?
PLA 티백은 비교적 안전한 음용 포장재로 주목받고 있다. 2019년 캐나다 맥길대의 연구에 따르면, 나일론 및 PET 소재 티백을 95℃ 이상의 물에 침지했을 때 최대 116억 개의 마이크로플라스틱과 30억 개의 나노플라스틱이 검출된 반면, PLA 소재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거나 유의미한 수치가 확인되지 않았다.
더불어 2022년 호주 플린더스대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는 생수에서는 1L당 평균 325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고, 2023년 유럽 식품안전청에 따르면 비타민제 1정에는 수십~수백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수치와 비교할 때, PLA 티백 한 잔에 포함된 미세플라스틱 양은 매우 낮은 편이다. 물론 장기적 섭취와 누적에 따른 영향에 관해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단계지만, 현재까지는 PLA가 나일론·폴리에스터보다 안전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PLA의 환경적 한계와 인프라 문제
PLA는 ‘생분해성 수지’이지만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분해되지 않는다. 60℃ 이상의 고온과 고습도의 조건이 갖춰진 산업용 퇴비화 시설에서 분해되며, 현재 국내에는 이와 관련한 인프라가 부족하다.
환경부는 PLA를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으면 일반 플라스틱과 동일하게 처리되어 오히려 혼합 폐기물의 발생 요인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재활용 과정에서 PLA가 PET와 혼합되면 선별·재활용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친환경 포장에 대한 고민은 식품 포장 전반으로 이어지고 있다. 무포장 매장, 리필형 제품, 생분해 포장재 사용이 늘고 있으며, 2024년 ‘플라스틱 프리 브랜드 어워드’에서는 수상 제품의 62%가 생분해 포장·리필형 시스템을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웰니스, 유기농, 비건 식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PLA, 종이, 리필형 패키지 도입이 활발하며, 포장 단계부터 저탄소 소비와 환경 감수성을 실천하려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친환경 포장을 넘어, 소비자와의 정서적 신뢰를 쌓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사회적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선제적인 과제다.
티백은 작지만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일상적인 식품 포장이다. 한 잔의 차를 고르는 기준에 소재를 포함하는 일은 바쁜 일상 속 간편한 지속 가능성 실천의 일환이 될 수 있다. 완벽한 해결책은 없지만, 오늘 우리가 선택한 티백의 소재는 곧 지구의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
PLA는 생분해 조건과 인프라의 한계를 지녔지만, 음용 안전성과 낮은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이라는 이점을 지니고 있다. 여전히 더 나은 소재와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만, 조금이나마 환경을 생각한 선택이 환경을 바꾸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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