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속노화(Slow Aging)’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단순한 외모 관리나 노화 방지를 넘어, 신체적·정신적 기능을 더욱 건강하게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환경, 식품, 라이프 스타일 분야에서 저속노화를 실천하려는 흐름이 뚜렷하며, 이는 일회성 유행을 넘어 새로운 문화이자 철학으로 자리 잡고 있다.

MZ세대와 베이비붐 세대, 세대를 아우른 저속노화 열풍

저속노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특정 연령층에 국한되지 않는다. 외모와 건강을 동시에 중시하는 MZ세대는 물론, 건강 수명을 연장하려는 베이비붐 세대까지 저속노화를 위한 실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는 “노화는 병이 아니라 삶의 과정이며, 중요한 것은 외형이 아닌 신체 기능과 생리적 안정성의 유지”라고 강조한다. 그는 “기억력 저하, 체력 약화, 만성 피로 등은 조기 관리와 습관 개선으로 충분히 예방하거나 늦출 수 있다”며 “이는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한 과제”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3년 통계에 따르면, 만 40세 이상 국민 중 ‘식이조절’, ‘운동요법’, ‘건강기능식품 복용’ 등의 건강관리 항목에 주기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58.3%에 달했으며, 이 중 ‘노화 예방’ 목적이 39.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2030세대 여성층에서는 ‘식단을 통한 피부 노화 지연’ 및 ‘호르몬 균형 유지’를 주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식음료 산업, 저속노화 트렌드를 반영하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은 식음료 업계 전반에 지각변동을 불러오고 있다. 단백질, 식이섬유, 항산화 성분을 강화하고, 당과 나트륨 등 노화 유발 위험 성분은 줄인 ‘슬로우에이징(slow aging, 저속노화) 식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정식품’은 최근 일반 두유 대비 식물성 단백질을 두 배 이상 강화한 ‘베지밀 고단백 두유 검은콩’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유당 불내증이나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제한하는 소비자층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빙그레’는 ‘프로틴 치즈’ 시리즈에서 단백질 함량을 25% 이상 높였으며, ‘하림’의 ‘오!늘단백 초코바’는 당 함량을 3g 이하로 낮추고 식이섬유를 보강한 건강 간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식음료 업계에서 눈에 띄는 것은 대체당 활용이 확연히 증가한다는 것이다. ‘동원F&B’의 ‘하루미 고기양념’은 설탕 대신 알룰로스를 사용해 업계 평균 대비 당류를 절반 이상 줄였다. 혈당 스파이크를 피하고, 당화 스트레스로 인한 피부 노화 및 내장 지방 축적을 예방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한 결과로 해석된다.


주목받는 저속노화 식재료: 항산화, 항염증, 저당 식품

저속노화 식단의 핵심은 ‘항산화’, ‘항염증’, ‘당 조절’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영양학자들은 특히 다음과 같은 식재료를 추천한다.

1. 베리류: 블루베리, 아사이베리, 라즈베리 등은 폴리페놀과 안토시아닌 함량이 높아 세포 손상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다.

2. 잎채소: 케일, 시금치, 루콜라 등의 채소는 엽산과 루테인, 마그네슘이 풍부해 인지기능 보호에 기여한다.

3. 통곡물: 현미, 귀리, 보리 등은 혈당 지수(GI)가 낮고 장내 미생물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된다.

4. 오메가-3 지방산: 들기름, 아마씨유, 견과류 등 식물성 오메가-3 공급원은 염증 감소와 혈관 건강 유지에 기여한다.

5. 버섯류: 상황버섯, 표고버섯 등은 면역 조절과 항염 작용에 관여하며, 최근 ‘식물성 면역력 강화제’로 재조명되고 있다.

이러한 재료를 일상 식단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도 대중의 큰 관심사다. 가정 간편식(HMR) 기업들은 저속노화 식단을 반영한 밀키트와 샐러드, 간식류를 다채롭게 선보이고 있으며, 일부 프리미엄 카페와 레스토랑에서는 슬로우에이징 메뉴를 별도로 구성해 이목을 끌고 있다.

실천의 영역이 된 저속노화: 루틴화된 자기관리

저속노화는 이제 더 이상 특정 전문가나 고소득층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노화를 늦추는 것은 유전이나 돈이 아니라 습관과 루틴’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젊은 세대부터 시니어층까지 일상 속 루틴 개선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아침 공복에 미지근한 물을 마시고, 블랙커피 대신 허브티나 곡물차를 마시며, 오후에는 당분이 적고 포만감이 높은 간식으로 대체하는 등의 행동이 확산하고 있다. 또한 매일 30분의 걷기 운동과 숙면을 위한 수면 위생 관리도 저속노화 루틴의 핵심으로 손꼽힌다.

여기에 기후 위기와 환경 지속성에 대한 관심이 더해지면서, 저속노화를 위한 ‘로컬푸드 소비’, ‘비건 지향 식단’, ‘저탄소 조리법’ 등의 흐름도 확대되고 있다. 이는 건강과 환경을 동시에 고려한 ‘이중 가치 소비’로 연결되며, 식품 산업의 공급망에도 변화를 촉진한다.

슬로우에이징, 새로운 시대의 건강철학

저속노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시대적 요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개인의 건강을 넘어서 지속 가능한 식문화, 환경 보전, 일상의 질적 향상까지 아우르는 이 거대한 흐름은 식음료 산업의 구조조정을 예고하며,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의미 있는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것보다, 나이답게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게 살아가는 것. 그 변화는 단순한 유행이 아닌, 새로운 시대의 건강 철학으로서 오늘도 우리의 식탁과 일상에 스미고 있다.

*참고자료

- 매일경제, “나는 천천히 늙고 싶다”, 2025.04

[https://www.mk.co.kr/economy/view.php?no=234655&sc=50000001&year=2025]

- 농민신문, “천천히 늙자… 저속노화의 비밀”, 2025.04

[https://www.nongmin.com/article/20250416500349]

- 푸드아이콘, “저속노화 열풍에 고단백·저당 식품 주목”, 2025.04

[https://www.foodic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8328]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3 연령대별 건강관리 실천 통계',

[https://www.hir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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