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를 막론하고 ‘팝업스토어’가 브랜딩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불쑥 나타나다’라는 뜻의 ‘팝업(pop-up)’과 상점을 뜻하는 ‘스토어(store)’를 합성한 ‘팝업스토어(pop-up store)’는 특정 브랜드나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짧게는 하루나 이틀, 길어도 수개월, 단기간 운영하는 매장 형식을 뜻한다. 오프라인 경험 콘텐츠가 브랜드 인지도 및 충성도를 크게 증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많은 기업이 막대한 비용에도 팝업 행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명암이 존재하는 법. ‘반짝’ 나타났다가 사라진 팝업이 남긴 쓰레기는 오래도록 남아 지구가 몸살을 앓게 한다.
팝업 성지 성동구, 10년도 안 되어 폐기물 '10배 증가'
팝업스토어 중개사 ‘스위트스팟’이 2024년 진행된 팝업스토어 1,431개를 분석한 결과, 지역별 팝업스토어 오픈 개수에서 성동구가 28.53%로 1위를 차지했다. 성동구, 그중 성수동은 이른바 팝업의 성지라고 불리며 한 달 평균 100여 개의 팝업스토어가 생길 정도로 인기다. 성수동은 팝업스토어 선호도가 높은 MZ세대의 왕래가 잦은 데다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도 늘어나며 브랜드 홍보 효과가 크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팝업스토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33㎡(10평) 기준 약 1t, 팝업스토어 한 건당 발생하는 총 폐기물은 1t 트럭 2~3대 분량으로 추산된다. 그렇다면 팝업스토어로 발생한 폐기물은 정확히 얼마나 늘었을까?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가늠할 수 있는 자료는 있다. 팝업스토어에서 발생한 폐기물이 속하는 사업장 일반폐기물 발생량을 추적하는 것이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의 사업장 폐기물 1일 발생량은 2018년 51.2t, 2019년 382.7t, 2020년 220.1t, 2021년 334.6t, 2022년 518.6t으로 팬데믹 시기에 잠시 주춤했다가 다시 빠르게 증가했다. 특히 엔데믹 시기에 접어들며 야외 활동 증가로 팝업스토어가 주목받기 시작한 2022년에 사업장 폐기물이 급증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팝업스토어는 빠른 설치와 철수를 위해 건축용 널빤지, 가벽, 현수막, 플라스틱 등의 재료로 구성되는데, 폐기물의 대부분은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심지어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는 업체 대부분이 폐기물 처리를 위탁 처리하는 과정에서 분리수거는 생략되고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 역시 소각 처리되는 실정이다.
팝업스토어에서 무분별하게 배포하는 MD상품 역시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팝업스토어를 안내하는 리플릿은 물론이거니와 노트, 연필, 스티커, 리플릿 등 일견 실용적으로 보이는 MD상품도 브랜드 홍보에 목적을 두어 내구성이 떨어지는 저렴한 소재이거나 브랜드가 노골적으로 강조되어 디자인된 경우가 많다. 요컨대, 지속적으로 사용하기 어렵고 금세 폐기물로 전락할 운명이라는 것이다.
일부 업체는 ESG, 지속 가능성과 같은 문구로 ‘친환경 팝업스토어’를 표방한다. 그러나 친환경 방식으로 제작되었을지라도 팝업스토어를 위한 MD상품은 필요 이상의 과도한 자원 소비라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또한 ‘동서식품’의 ‘맥심골목’ 팝업스토어를 비롯한 일부 팝업스토어에서 생분해 플라스틱 컵을 일반쓰레기가 아닌 재활용으로 배출해 달라고 잘못 안내했다는 사례도 고발되는 등 무늬만 친환경인 팝업 스토어가 많다. 대부분의 팝업스토어는 ‘그린 워싱’ 논란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두 손 놓고 외면하는 정부
근본적인 문제는 팝업스토어의 폐기물 처리과정에 대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환경부는 2023년 환경보호 팝업 ‘푸른하늘의 날’을 운영하며 텀블러와 에코백, 키링, 피크닉 매트를 무료로 나누어주기까지 했다. 팝업 자재와 MD상품에 친환경 소재를 일부 사용했지만, 그럼에도 다량의 폐기물을 발생시키고 친환경 가치에 반하는 MD상품을 배포했다는 점에서 행사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
팝업스토어가 성행한 지 3여 년이 되었지만, 관련한 폐기물 및 공해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처는 눈에 띄지 않는다. 다만 성동구만이 지난해 6월 ‘성동형 팝업 매뉴얼’을 제작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팝업스토어 운영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성동형 팝업 매뉴얼에는 ▲옥외 광고물 신고 ▲건축물 용도 준수 ▲안전관리 ▲소음 저감 ▲폐기물 관리 ▲식품 위생 ▲영업신고 등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다. 더불어 구는 위반 사항 발생 시 적극 계도 및 행정조치 등 사후 관리에 힘쓰는 한편, 상가임대차 계약 실거래가 신고의무제 도입, 공사장생활폐기물 관리 시스템 개발 등 폐기물 처리 개선 방안 마련과 같이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상위기관에 제도개선을 건의해 법적 기준을 마련함으로써 팝업스토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시점 팝업스토어만큼 홍보 효과가 뛰어난 홍보 수단은 찾아보기 힘들다. 기업 입장에서 팝업스토어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는 뜻이며, 소비자와 정부, 기업이 합심하여 슬기로운 공생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까닭이다.
소비자는 불필요한 MD상품이나 일회용품 사용을 거절하고 기업은 지속 가능한 자재를 활용하여 공간을 꾸림으로써 팝업 문화 개선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책임이 가장 막중한 쪽은 정부다. 이상적인 팝업스토어 문화가 조속히 정착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침 수립이 필수다. 허혜윤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 활동가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용된 자원이 이후에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규제해야 하고, 소재도 ‘설치에 몇% 이상은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를 사용해야 한다’와 같은 구체적 기준을 담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조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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