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기준 전 세계의 인공감미료 소비량은 15만 9천 t. 인공감미료는 유음료, 절임식품, 곡물가공품 등 식품 전반은 물론 치약과 같은 의약외품에도 사용된다. 인공감미료를 빼놓고 현대인의 삶을 논하기란 쉽지 않다.
최근 당 함량을 낮춘 저당 식품, 이른바 제로(zero) 제품이 주목받으며 인공감미료를 향한 국민들의 관심과 우려가 증대되고 있다. 인공감미료가 우리 신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여러 연구를 통해 보고된 반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환경에 대한 영향력은 미지수
결론부터 말하자면 환경에 대한 인공감미료의 영향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아직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9년 ‘그린피스’는 일부 인공감미료가 자연환경에 유전자 변형 유기체(GMO)를 확산하고 생물 다양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아스파탐을 비롯한 일부 인공감미료 제조 시 유전자 변형 박테리아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공감미료가 어떠한 원리로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지는 명징하게 검증되지 않은 실정이다.
2021년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인공감미료의 잠재적 환경영향에 대한 데이터 검토 및 종합 관련 보고서를 게재했다. 아세설팜,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사카린 등 대표적인 인공감미료를 조사한 결과, 이들은 대체로 수생 생물종에 강한 독성은 보이지 않았다. 아스파탐이 수생 생물종에 유독하다는 지표가 있었지만, 환경에서 우려될 수준으로 검출되지는 않았다.
지난해 4월에는 이와 대조적인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아멜리아 웨스트모어랜드(Amelia G. Westmoreland) 외 4인은 「Sucralose(C12H19Cl3O8) impact on microbial activity in estuarine and freshwater marsh soils(수크랄로스(C12H19Cl3O8)가 하구 및 담수 습지 토양의 미생물 활동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해양 먹이사슬에서 식량 생산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남조류와 규조류에 수크랄로스가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대조군에 비해 수크랄로스에 노출됐을 때 염수성 남조류의 농도가 급등한 뒤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담수성 남조류의 농도는 증가했으나, 담수 및 염수성 규조류 모두 개체수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천연 당을 분해하여 신진대사에 동력을 공급하는 효소가 수크랄로스를 분해하지 못해 규조류의 성장이 억제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인공감미료가 수생식물 생태계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뜻이다. 아멜리아 웨스트모어랜드는 “담수 생태계가 수크랄로스를 영양분 및 먹이, 즉 설탕으로 착각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하면서 인공감미료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기 위해 추가적인 조사 및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요컨대, 상기 모든 연구는 인공감미료의 잠재적 위험을 지목한 것에 그치며, 정확히 어떠한 악영향을 끼치는지 밝혀내진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개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우리는 모두 인공감미료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도처에 산재한 인공감미료
혹자는 인공감미료가 들어 있는 식품을 섭취하지 않으면 안전하지 않으냐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인공감미료는 식품 외에도 일상 도처에 산재해 있다. 2009년 독일 수자원센터 연구팀은 「Analytical and Bioanalytical Chemistry(분석 및 생물분석 화학)」 저널에 두 곳의 독일 하수처리장에서 아세설팜, 사카린, 시클라메이트, 수크랄로스가 검출됐다고 전했다. 이는 하수 처리 과정을 거치더라도 인공감미료를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는 한계를 뜻한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맥락의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해 3월 제주지하수연구센터는 2022~2023년 개인하수처리시설 방류수가 제주 지하수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발표하며 방류수의 모든 샘플에서 아세설팜이 검출되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카페인이 모든 샘플에서 검출되었으며, 해열제(아세트아미노펜)와 항생제(클래리트로마이신)는 80%의 샘플에서 검출됐다. 인공감미료를 비롯해 인류가 만들어낸 다양한 물질들은 자연에 고스란히 축적되어 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요컨대 현대의 과학 기술은 인공감미료를 완전히 분해하지 못하며, 자연환경에 존재하는 박테리아 역시 인공감미료를 분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즉, 현시점 인공감미료는 한 번 생산되면 영원히 존재하는 물질이다.
세계 최초의 인공감미료는 1870년대 말 러시아의 화학자 콘스탄틴 팔베르크(Constantin Fahlberg)가 발견한 사카린이다. 인공감미료의 역사는 고작 150년 정도로, 그 유해성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것 역시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인류가 생산한 인공감미료는 매년 가파른 속도로 지구상에 축적되고 있다. 그 결말이 어떠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인류의 여러 과오에서 교훈을 삼아 신중한 태도를 갖출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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