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환경과 관련한 정부 차원 대처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기후에너지환경부(MCEE, 기후부)’를 출범한 것이다. 10월 1일 대한민국 행정 조직의 대대적인 개편과 함께 탄생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2월로 출범 3개월을 맞이했다. 이는 단순히 부처의 이름을 바꾼 수준을 넘어, 기후 위기 대응을 국가의 최우선 헌법적 가치로 격상시킨 ‘기후 헌법’ 시대의 실질적인 개막을 의미한다. 과거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로 나뉘어 있던 에너지 정책과 환경 규제가 하나의 지붕 아래 통합되면서, 탄소중립을 향한 대한민국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기후 헌법’ 통해 미래 세대의 생존권 법으로 보장

이러한 거대한 변화의 근간에는 2024년 8월 헌법재판소의 역사적인 판결이 자리 잡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은 기후 변화가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사안임을 사법부가 처음으로 인정한 사례다.

당시 헌법재판소 결정문에 따르면, 국가가 2030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지 않은 것은 ‘미래 세대에게 과도한 부담을 전가하는 행위’이자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 위반’으로 규정되었다. 이 판결 이후 정부는 2031년부터 2050년까지의 연도별 감축 목표를 법제화하는 작업에 착수했으며, 이는 기후 대응이 정권의 성향에 따라 변하는 ‘선택적 정책’이 아니라 국가가 반드시 이행해야 할 ‘헌법적 책무’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되었다.

기후부의 출범: 정책 시너지 극대화 목표

기후부는 이러한 헌법적 가치를 행정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컨트롤타워다. 환경부와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해설서’에 따르면, 신설 부처는 과거 에너지 공급 중심의 정책에서 탈피하여 ‘에너지 전환’과 ‘온실가스 감축’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기존에는 환경부가 배출권 거래제를 관리하고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력 수급 계획을 담당하면서 정책적 엇박자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이제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두 기능을 모두 관장함으로써,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에 맞춘 탄소 배출권 할당과 기업 지원이 가능해졌다. 이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국제적인 환경 규제에 대응해야 하는 국내 제조 기업들에게도 보다 일관된 정책 신호를 제공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기후 헌법 시대의 '책임'과 '가능성'

기후부가 짊어진 책임은 매우 막중하다. ‘202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이행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해야 하는 도전적인 과제를 안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5 세계 에너지 전망’ 보고서는 대한민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AI 데이터센터 확충으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이라는 새로운 난관에 봉착했다고 경고했다. IEA는 2025년 전 세계 전력 수요 증가분의 상당 부분을 재생에너지가 충당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한국과 같은 제조 중심 국가는 무탄소 에너지(CFE) 확보가 국가 산업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후 헌법 시대는 규제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장의 기회도 창출하고 있다. 정부는 ‘2025년 환경부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통해 우수 기후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약 1.5조 원 규모의 ‘녹색금융 지원 예산’을 편성했다. 이는 담보력이 부족한 중소 기후테크 기업들이 자금을 원활히 조달하여 탄소 저감 장치를 개발하고 보급할 수 있도록 돕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배출권 거래제(K-ETS)의 경우, 참여 대상을 금융권과 일반 투자자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는 탄소 가격의 변동성을 줄이고 시장의 유동성을 확보하여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감축 설비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가 될 전망이다.

기후부의 출범은 단순히 행정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을 넘어선다. 기후 변화를 헌법적 사실로 인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의 모든 역량을 결집하겠다는 대국민 선언이다. 이제 기후 대응은 환경운동가의 외침을 넘어, 기업의 생존 전략이자 국민의 안전권과 직결된 법적 권리가 되었다.

하지만 과제도 적지 않다.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급격한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는 내연기관 부품사 노동자나 취약계층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 대책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사회적 갈등이 증폭될 위험이 있다. 2025년 대한민국이 쏘아 올린 기후 헌법이라는 신호탄이 전 세계 기후 위기 극복의 성공적인 모델로 남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사진 출처: 기후에너지환경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