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빨대가 환경에 더 해롭다?

몇 해 전부터 환경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며 각종 일회용품이 퇴출 및 대체되기 시작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플라스틱 빨대다. 국내 대표 유통업체들은 앞다투어 종이 빨대를 도입하며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4일 환경부가 공개한 보고서에 환경단체와 업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과 종이 제품 모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며, 일회용 종이 제품도 환경에 긍정적이라 할 수 없다”라는 일반적인 인식과 반대되는 사실이 담겨 있던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 3월 안양대 산학협력단과 주식회사 ‘에코윌플러스’에 의뢰하여 종이 빨대의 유해성을 검토했다. 연구팀이 제출한 ‘일회용품 저감정책 통계작성 및 관리방안’ 보고서는 인체와 환경 모두에 종이 빨대의 유해성이 의심된다고 지적한다. 근본적인 원인은 종이 빨대가 젖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플라스틱 코팅을 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생긴다. 첫째, 코팅 과정에서 쓰이는 과불화화합물(PFAS)은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둘째, 매립한 종이 빨대는 생분해되지 않으며, 매립 및 소각 시 종이 빨대는 플라스틱 빨대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이들이 인용한 해외 연구에 따르면 5억 개의 빨대를 매립할 때, 종이 빨대는 258만㎏, 폴리프로필렌 빨대(플라스틱 빨대)는 56만㎏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4.5배에 달하는 차이다. 같은 양의 빨대를 소각할 때 방출되는 탄소는 종이 빨대의 경우 270만㎏, 폴리프로필렌 빨대의 경우 139만㎏로 1.94배 차이 난다. 셋째, 인체에 독성을 띠는 디클로로벤젠 배출량은 매립 기준 종이 빨대 12만㎏, 폴리프로필렌 빨대 2만 7,200㎏으로 역시 종이 빨대가 압도적으로 높다.

결과적으로 연구진은 “플라스틱으로 코팅된 일회용 종이 제품도 환경에 긍정적이라 할 수 없으며, 일회용 플라스틱 및 코팅 종이 제품의 소비와 사용을 점차 줄이기 위해 소비자 행동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국산 종이 빨대는 무고해

그러나 보고서가 공개되기 무섭게 근거가 미흡하고 국내 실정에는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내 대표 제지업체인 ‘서일’은 “유해물질 검출 의혹은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전면 반박했으며, ‘한솔제지’는 종이 빨대 코팅에는 과불화화합물이 아닌, 인체에 무해한 수성 아크릴계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환경부는 곧바로 “해외 연구사례를 수집·취합한 것으로, 국내 생산 종이 빨대와는 관련이 없다”라고 해명했다. 환경부가 발표한 보고서와 이에 인용된 논문은 기본적으로 해외에 주로 유통되는 플라스틱 코팅 처리된 종이 빨대를 대상으로 한다. 더구나 인용된 논문 중에는 출처가 불분명한 논문 역시 존재한다. 근거 및 사실의 교차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아 신뢰하기 어려운 보고서라는 뜻이다.

국산 종이 빨대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연방위해평가원(BfR)의 식품 안전성 시험을 통과해 인체 무해성을 입증했다. 또한 국내 제지 업체들은 순환림에서 생산한 원료를 사용한다. 순환림은 목재를 생산하기 위해 구획되어 나무를 반복적으로 베고 심는 숲을 뜻하며,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는 순환림에서 채취된 펄프 제품에만 FSC 인증을 부여한다. FSC 인증은 산림 자원 보호 및 지속 가능한 산림 경영의 지표로 간주한다.

불안한 대중을 안심케 할 소식은 또 있다. 지난해 11월 SBS와 창원대학교는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와 편의점에서 취급하는 종이 빨대의 유해성을 검증했다. ‘스타벅스’, ‘이디야’, ‘메가MGC커피’, ‘컴포즈커피’, ‘투썸플레이스’ 등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와 ‘GS25’, ‘CU’ 두 개의 편의점 브랜드를 대상으로 했다. 그 결과 GS25와 투썸플레이스의 빨대에서 과불화화합물 요소가 미량 검출됐으나, GS편의점의 경우 수치로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적은 양이었고 투썸플레이스도 유해 기준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었다.

종이는 친환경 및 탄소 중립 자원이다. 이는 반박할 수 없이 자명한 사실이다. 플라스틱 코팅 가공을 거치지 않은 종이는 수개월이면 생분해된다. 반면 플라스틱은 분해되는 데 500년 이상의 막대한 시간이 소요된다. 불가피하게 빨대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확실히 이로운 선택지다.

또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어찌 되었든 종이 빨대 역시 일회용품이라는 사실이다. 빨대가 생산되고 유통, 분해되는 일련의 과정에서는 일정량의 탄소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종이 빨대를 면죄부로 삼지 않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며, 부득이한 경우라면 스테인리스, 실리콘 등으로 만든 다회용 빨대를 사용하는 게 환경에 이로운 선택이다.

※ 사진 출처: Freepi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