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열대야와 함께 밤잠을 괴롭히던 모기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증언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서울특별시가 제공하는 ‘오늘의 모기예보’에 따르면 7월 말 모기 발생 지수는 관심~주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모기 예보 지표는 ‘쾌적–관심–주의–불쾌’ 순으로 표시된다. 심지어 7월 10일에는 모기활동지수가 ‘0’을 기록하기도 했다. 전년 동기 주의~불쾌 수준을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모기 활동량이 확실히 줄었다는 뜻이다.
‘폭우’로 번식과 산란 어려워져…
올해 모기 개체수가 줄어든 결정적인 이유는 ‘유충의 서식지 파괴’다. 모기는 따뜻하고 습한 환경을 선호하며 하수구, 물웅덩이, 정화조와 같이 고여 있는 물에 산란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수준의 강수는 모기의 번식에 유리하다.
올해는 장마가 일찍 시작되어 일찍 종료된 데다 단기간 폭우가 반복됐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했다. 올해 장마는 평년보다 약 1주일 빠른, 6월 12일 제주에서 시작되어 14일경 전국으로 확산했다. 필리핀 부근에서 대류 활동이 활발해지고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정체전선이 빠르게 북상한 탓이다. 이례적으로 빠르게 북상한 북태평양 고기압 때문에 장마는 일찍 종료됐으나, 지구 열대화 및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인해 비구름을 발생시키는 수증기가 증가하자 단기간에 많은 비가 쏟아지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반복됐다. 이 때문에 모기 성체의 교미와 흡혈, 산란 등의 활동이 어려워지고 산란할 물웅덩이가 쓸려나가거나 알이 유실되는 등 모기 유충과 성체 모두에 부정적인 환경이 조성됐다. 게다가 장마가 끝난 6월 말부터는 유례없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물웅덩이가 모두 말라버렸다. 요컨대, 단기간의 국지성 집중호우와 폭염으로 유충의 서식지가 파괴된 것이다.
‘폭염’ 앞에 모기도 장사 없다
한여름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모기는 사실 극심한 더위에 취약하다. 미국 마스턴 베이츠의 저서 『The Natural History of Mosquitoes』에는 온도가 높아지고 습도가 낮아질수록 모기 성체의 수명이 짧아지며, 같은 습도일 때도 온도가 낮은 환경에서 모기의 수명이 길다는 실험 결과 및 분석이 게재돼 있다.
변온동물인 모기의 최적 활동 온도는 15~30℃로, 특히 25도 전후일 때 활발하다. 모기는 30℃ 이상의 무더운 환경에서는 신진대사가 저해되어 지하실, 하수구처럼 시원한 곳에서 여름잠을 자며 휴식한다. 보통 모기 개체수는 여름 초입인 6월부터 증가해 8월 중순 정점에 이르는 까닭이다. 올여름엔 전국이 40℃에 육박하는 폭염에 신음하며 모기의 활동력도 떨어지게 됐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모기가 사멸한 것이 아니라 여름잠을 자며 생존한 만큼, 날이 시원해지면 모기가 창궐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실제로 지난해에도 모기는 폭염과 폭우가 심한 7~8월에 뜸했다가 9월 말부터 다시 활발해진 바 있다. 더불어 한반도의 평년 기온이 상승하며 모기가 생존할 수 있는 시기는 길어지고 있다. 한여름 잠시 숨통을 돌리더라도, 봄과 가을에 모기와 때 아닌 사투를 벌여야 하는 상황이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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