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사에서는 친환경농축산물 인증제도와 이를 바탕으로 유기농과 무기농 식품의 차이점을 살펴보았다. 이번 기사에서는 친환경 식품의 건강상 이점을 논해본다.
친환경 식품 = 건강에 이롭다?
유기농과 무기농의 차이를 알고 나면 많은 이가 건강상 이점을 고려하여 유기농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할 것이다. 유기농 혹은 무기농으로 재배한 식재료가 더욱 건강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친환경농축산물은 정말 인체에 더 유익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확실한 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먼저 친환경농축산물이 더 건강하다는 주장은 잔류 농약 및 살충제에 근거를 둔다. 가장 자주 인용되는 연구결과는 2009년도 프랑스 국립보건원 연구팀이 평균 연령 44세 성인 6만 8,946명을 추적 관찰한 내용이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유기농식품을 가장 많이 섭취한 그룹은 가장 적게 먹은 그룹보다 암 발병률이 25% 낮았다. 단, 전문가들은 이 연구가 후향적 연구로 명확한 인과관계를 뒷받침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일부 연구들은 유기농 채소가 비타민과 미네랄이 더 풍부하다고 증명하지만, 그 양은 미미한 수준이라는 게 중론이다. 항산화 물질의 경우 유기농 농산물이 유의미한 수치로 더 많이 보유할 수 있다. 2014년 영국 뉴캐슬대학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유기농 농산물에는 일반 농산물에 비해 항산화 물질이 평균 17% 많았다. 육류, 유제품 등 친환경 축산물에는 일반 축산물에 비해 항산화 물질이 50% 정도 더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연구팀을 이끈 카를로 라이퍼트(Carlo Leifert) 박사는 “우리는 건강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며 연구의 한계를 고백했다. 항산화 물질 함량만으로 친환경농축산물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결론을 내리기에는 논거가 빈약하다는 뜻이다.
반론의 입장 역시 팽팽하다. 2012년 미국 스탠퍼드 의대 연구진이 미국 학술 의학 저널 『Annals of internal medicine(내과학 사료)』에 게재한 내용에 따르면, 유기농과 일반 식품을 비교한 논문 237편을 분석한 결과 영양학적 차이는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본적으로 생물의 영양 성분을 높이려면 유전자 조작, 품종 개량 등 인위적 행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해당 연구는 일반 식품에서 유기농 식품보다 많은 농약이 검출되었음을 밝혔으나, 안전 기준을 훨씬 밑도는 수치라 큰 의미가 없음을 강조한다.
김태민 식품전문 변호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유기농은 농법의 하나일 뿐이다. 유기 농산물이 마치 건강에 더 좋은 것처럼 과장 광고를 하는 상술을 경계해야 한다. 영양분이 많거나 안전한 식품이라는 유기 농산물의 허상 때문에 소비자가 유기 농산물에 너무 과한 가격을 지불하고 있지는 않은지 따져볼 일”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요컨대, 친환경 식품이 건강에 조금 더 이로울 수는 있으나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다. 일반 농산물에 남아 있는 잔류 농약 및 살충제는 1분간 물에 담가두었다가 흐르는 물에 30초 정도만 헹궈도 대부분 제거되니, 안심하고 섭취해도 좋다. 전문가들은 건강을 논할 때 농축산물의 친환경 여부보다 섭취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다만 친환경 식품은 건강상 이점 외에도 친환경 가치, 지역 사회 상생 등 여러 선택의 근거가 된다. 다음 기사에서는 환경적 이점에 관해 낱낱이 톺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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