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대한민국은 현재 ‘피지컬 시대’다. 인스타그램엔 일반인들의 바디프로필 사진이 즐비하고, 미디어들은 텔레비전, OTT 할 것 없이 육체미를 과시하는 장면을 열성적으로 전송한다. 이와 함께 주목받은 영양소가 있다면 단연 단백질이다. 근성장의 필수 영양소인 단백질은 보디빌더와 전문 체육인을 넘어 일반인의 일상에도 급속도로 침투하게 됐다. 이와 함께 오래전부터 꾸준히 존재해 온 논쟁거리가 다시금 주목받기도 했는데, 바로 식물성 단백질이 동물성 단백질만큼 근성장에 효과적인지에 대한 의문이다.
■ 콩은 근성장과 남성성을 저해한다?
아몬드, 파바빈, 렌틸콩 등 단백질을 공급받을 수 있는 식물성 원료는 다양하지만, 접근성과 충분한 함량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으론 대두만 한 게 없다. 시중 소이프로틴의 주원료로 사용되는 대두는 100g당 약 34g이라는 풍부한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두는 상대적으로 근성장에 불리하다는 오해를 받곤 하는데, 다름 아닌 이소플라본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이소플라본은 콩류에 주로 존재하는 폴라보노이드의 일종으로 신체 내에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작용을 한다. 근성장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테스토스테론과 대척점에 있는 호르몬인 만큼, 콩을 많이 섭취하면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줄어 근성장에 방해가 되고 심지어는 남성의 경우 생식 기능마저 저해될 수 있다는 속설이 퍼져있는 것.
그러나 2021년 5월 영국 에식스대학(University of Essex)과 미국 켄자스 의과대학(University of Kansas Medical Center) 공동연구팀이 수십 건의 임상 연구를 분석한 결과, 콩과 이소플라본은 남성의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 수치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간은 물론이고, 12주 이상 고용량의 이소플라본을 섭취한 집단에서도 결과는 동일했다. 오히려 2020년 영국 맨체스터 대학(University of Manchester) 연구팀이 진행한 한 연구는 콩이 함유한 식물성 에스트로겐인 다이드제인의 섭취가 운동성이 낮은 정자 수를 42% 감소시키는 등 정액의 품질을 향상할 수 있음을 밝혀내기도 했다. 호르몬 측면에서만 본다면 콩이 근성장과 남성 성기능의 적이라는 낙인은 순전히 오명인 셈이다.
■ 식물성 단백질은 불완전 단백질이다?
물론 사람들이 단지 이소플라본 때문에 식물성 단백질을 꺼려하는 것은 아니다. 호르몬 측면에서 걱정할 것이 없다고 주장하는 당신에게 그들은 ‘불완전 단백질’이라는 단어로 반론할지도 모른다.
이를 논하기에 앞서, 우선 단백질의 정체를 간단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단백질은 여러 아미노산이 결합해 만들어진 유기분자다. 아미노산은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거나 극미량이 합성되어 음식으로 섭취해야 하는 필수 아미노산과 체내에서 합성되어 따로 섭취할 필요가 없는 비필수 아미노산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필수아미노산은 동물의 종류, 성별, 연령에 따라 달라지며, 성인의 필수아미노산은 라이신, 류신, 메티오닌, 발린, 아이소류신, 트레오닌, 트립토판, 페닐알라닌 총 8종이다. 상술한 8가지 필수 아미노산을 빠짐없이 포함하고 있으면 ‘완전 단백질’, 그렇지 않다면 ‘불완전 단백질’이라고 한다. 이 개념이 중요한 이유는 체내에 흡수된 단백질 합성은 모든 필수 아미노산이 충족되었을 때 이뤄지기 때문이다. 한 종류라도 충분히 섭취하지 않는다면 다른 아미노산을 아무리 많이 공급해도 말짱 도루묵이란 뜻이며, 근성장 등 단백질 섭취를 통해 기대하는 효과도 얻기 힘들다. 많은 이가 동물성 단백질이 양질의 단백질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선호하는 까닭이다.
물론 이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입장이다. 아미노산 구조 및 함량의 차이에 따라 단백질을 평가하는 ‘Protein digestibility-corrected amino acid score(PDCAAS)’에 따르면 상당수의 식물성 식품이 동물성 식품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식물성 단백질이라고 해서 모두 나쁜 평가를 받은 것은 아니다. 최고점인 1점을 획득한 식음료에는 우유, 달걀과 함께 분리대두단백질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식물성 식품을 다양하게 섭취한다면 각 원료에 부족한 아미노산을 쉽게 보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부 콩류엔 메티오닌이 부족한데, 이는 견과류와 쌀을 함께 섭취함으로써 충당할 수 있다. 결국 식물성 단백질이 불완전 단백질이라는 말은 반은 맞는 말이지만, 식물성 단백질만 섭취하면 운동하는 데 쏟은 시간과 노력이 수포가 된다는 논리는 다소 비약적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식물성 단백질을 신뢰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해 브라질 상파울루 대학교가 과학 전문지 ‘Sports Medicine’에 발표한 내용을 소개한다. 본 조사팀은 일반식 혹은 채식을 하는 남성을 19명씩 선정한 뒤 3개월간 매주 2회의 세션으로 구성된 웨이트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참여시켰다. 조사 기간 동안 일반식 참가자는 유청 단백질 보충제를 통해, 채식 참가자는 대두 단백질 보충제를 통해 1kg당 1.6g의 단백질을 섭취했다. 그 결과 두 그룹 모두 순수 근육량, 근육 및 근섬유 단면적과 최대 레그프레스 중량이 증가했으며, 정도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당신이 비건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근성장에 방해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식물성 단백질을 멀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며, 자신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충분한’ 양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다. 어쩌면 식물성 단백질 섭취를 고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와 부족해진 수면 시간이 당신의 근성장에 더 악영향을 끼칠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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