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rue Vegan
‘진짜 비건’을 건강하게 실천하기 위한 정보들을 조명합니다.
비건에 대한 관심이 늘며 가장 각광받기 시작한 제품군으론 식물성 음료를 빼놓을 수 없다. 국내외 유통업계의 주력 아이템으로 급부상한 것은 물론, 최근엔 국제적인 커피 기구 스페셜티커피협회(Specialty Coffee Association, SCA)가 2023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World Barista Championship, WBC)에서 식물성 음료 사용을 허용한다는 규정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식물성 음료의 대중화는 환경친화적인 이미지가 강하게 견인하고 있다. 일반 우유에 비해 생산 과정에서 더 적은 물을 사용하고 온실가스를 적게 발생시키는 등 환경에 다방면으로 이롭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이다. 그러나 식물성 음료도 식물성 음료 나름으로, 종류에 따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천차만별이다. 가장 환경친화적인 식물성 음료와 그렇지 못한 식물성 음료는 무엇일까?
■ 네 가지 기준에 따른 친환경 검증
2018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는 두유, 아몬드 음료, 귀리 음료, 쌀 음료 총 네 가지 식물성 음료의 생산 과정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 물 사용량, 토지 사용량, 부영양화 물질 등 어떤 기준을 잡는지에 따라 가장 환경친화적인 식물성 음료는 달라질 수 있다.
첫째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하면 아몬드 음료가 가장 환경친화적이다. 1ℓ의 아몬드 음료를 생산하는 데 드는 온실가스는 0.7kg으로 네 가지 식물성 음료 중 가장 적다.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식물성 음료는 쌀 음료로 1.2kg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그 뒤를 1.0kg의 두유, 0.9kg의 귀리 음료가 이었다. 참고로 일반 우유는 동량을 생산할 때 3.0kg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알려져 있다.
둘째로, 물 사용량을 기준으로 하면 두유를 가장 권장할 만하다. 1ℓ의 두유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물은 28ℓ로, 628ℓ가 사용되는 일반 우유의 약 22분의 1 수준이다. 그다음으로는 귀리 음료가 48ℓ의 물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쌀 음료와 아몬드 음료의 물 사용량이다. 쌀 음료는 270ℓ, 아몬드 음료는 371ℓ의 물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는 두유와 귀리 음료 대비 최대 13배에 달하는 양이며 일반 우유와 견주었을 때도 무려 40~50% 수준이다.
다음으로, 토지 사용량을 기준으로 한 결과를 살펴보기 전에 먼저 높은 토지 사용량이 왜 환경에 부정적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작물을 생산하기 위한 토지는 상당수 삼림 벌목을 통해 확보된다. 핵심은 이 과정에서 본래 서식하던 여러 생물종이 소실되고 그 자리를 상품성이 높은 단일 작물이 대체한다는 점이다. 단일 품종 경작지에는 여러 품종을 함께 재배할 때보다 더 많은 화학비료가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과론적으론 식량 작물 재배에 쓰이는 토지의 면적이 늘어날수록, 생물 다양성 파괴와 토지 황폐화의 위험도 늘어나는 셈이다. 이 분야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음료는 오직 0.3m²의 토양으로 1ℓ를 생산할 수 있는 쌀 음료다. 그 뒤는 아몬드 음료가 0.5m², 두유가 0.7m², 귀리 음료가 0.8m²라는 수치로 이었으며, 모든 식물성 음료가 9.0m²를 필요로 하는 일반 우유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결괏값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부영양화 물질을 기준으로 하면 물 사용량을 기준으로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두유를 가장 추천함 직하다. 부영양화는 호수, 하천, 바다와 같은 수체에 생활하수나 가축분뇨, 농사용 비료 등 각종 유기물이 유입되어 영양염류가 과도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식물성 플랑크톤과 해조류, 수초의 과도한 번식을 유도하며 심할 경우 녹조와 적조를 발생시켜 생물 폐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두유는 1ℓ를 생산할 때 1.06g의 부영양화 물질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각각 1.5g과 1.62g의 부영양화 물질을 발생시키는 아몬드 음료와 귀리 음료 역시 양호한 수준이다. 다만 쌀 음료는 4.69g의 부영양화 물질을 생성하며 대조군들에 비해 최대 4배까지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이 드러났다. 10.65g의 부영양화 물질을 발생시키는 일반 우유에 비하면 약 절반 수준이다.
■ 완벽하게 우월한 친환경 음료는 없다
상기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 어떤 식물성 음료도 ‘절대적으로’ 가장 환경친화적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환경의 어떤 부분을 중요시하는지에 따라 이로운 선택지는 다르며, 연구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식물성 음료를 함께 비교할 경우 역시 결과가 바뀔 수 있다. 예컨대,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코코넛 야자나무를 재배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에서 분당 3에이커의 속도로 열대우림이 벌채되었다는 보도를 고려하면, 코코넛 밀크 역시 토지와 생물 다양성 측면에서 매우 부적절한 선택지다. 또한 같은 견과류지만 마카다미아와 캐슈넛은 아몬드보다 물 사용량이 훨씬 적다고도 알려져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식물성 음료를 선택하든 일반 우유보다 환경에 끼치는 영향은 적다는 점이다.
또한 본 기사에서 소개한 네 가지 기준 외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할 수 있는 다른 기준도 많다. 일례로 2020년 영국 가디언지는 캘리포니아의 상업적 아몬드 재배가 500억 마리의 벌 죽음과 연관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다른 모든 생물과 마찬가지로 꿀벌은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환경에서 번성하는데, 주 전역의 농부들이 아몬드 재배에만 몰두하여 생물 다양성이 저해되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아몬드가 연간 3,500만 파운드라는 압도적인 양의 살충제를 필요로 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어떤 선택을 내리든 간에 당신의 식탁에 일반 우유 대신 식물성 음료가 올라 있다면, 그 어떤 선택도 존중될 수 있으며, 존중되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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