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의 주식인 쌀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며 서민들의 밥상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5일 기준 80kg 쌀 한 가마는 22만 3,240원으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소매가 인상으로 이어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10월 1일 쌀 20㎏ 소매가격은 6만 7,327원으로 전년 대비 27%나 상승했다.
이상기후와 사회 구조, 모두 쌀값 폭등 원인
현재의 쌀값 폭등은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나타난 결과라는 것이 중론이다. 첫째, 기후 변화의 영향이다.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예측 불가능한 집중호우와 잦은 태풍이 이어지고, 일조량 감소로 벼 생육이 치명적인 영향을 입었다. 일례로 올여름 중부지방은 기록적인 폭우와 장기간의 집중호우로 인해 2만ha 이상의 논이 침수 피해를 봤다. 둘째, 영농 비용의 상승이다. 유류비와 비료, 농약, 인건비 등 영농 비용이 전반적으로 치솟으면서 쌀값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의견이다. 셋째, 수확기 벼의 깨씨무늬병 확산이다. 올여름 폭우와 폭염이 번갈아 나타나며 깨씨무늬병이 급속도로 확산했다. 진보당 전종덕 의원실에 따르면 피해 규모는 3만 6,320ha, 전체 배 재배면적의 5%로 추정된다. 전라남도의 경우 배 재배 면적의 10% 정도가 깨씨무늬병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넷째, 정부의 과도한 쌀 매입이다. 지난해 쌀 풍작으로 인한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정부는 비축 물량 36만t에 26만 2,000t의 쌀을 시장 격리 물량으로 추가 매입했다. 이에 따라 유통업체들의 재고가 부족해졌고, 공급량이 줄어들어 소매 가격이 급등했다.
‘울상’ 짓는 농민과 소비자, 폭리로 ‘웃음' 짓는 농협
쌀값 상승은 표면적으로 농민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는 오해가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쌀값이 올라도 생산비가 더 많이 올라 실질적인 소득 증대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농민들은 호소한다. 최근 전국농민회총연맹 관계자는 “쌀값이 오른다고 농민들이 마냥 좋아할 수 없다. 비료, 농약, 전기료 다 오르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생산량까지 줄어드니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소비자들의 고통 또한 깊어지고 있다. 서울 거주30대 직장인 이 씨는 “식비를 줄이기 위해 집에서 밥을 해 먹는 편인데, 쌀값이 너무 올라서 부담이 크다. 10kg짜리 쌀 한 포대를 구매하는 데 작년보다 1만 원 정도 더 드는 것 같다”라고 부담감을 표했다.
쌀값 폭등 상황에서 유일하게 웃음 짓는 것은 농협이다. 농림축산식품해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은 농협중앙회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123개 농협 RPC(미곡종합처리장)가 2024년산 쌀을 매입해 올린 수익금은 1조 625억 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작년 수확기에 1조 9,394억 원으로 쌀을 수매한 뒤 3조 20억 원의 매출과 54.8%라는 수익률을 낸 것으로 알려져 폭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원택 의원은 "RPC가 낮은 매입가로 확보한 쌀을 고가에 판매해 큰 차익을 거둔 구조가 형성됐다"라며 "쌀값 폭등 등으로 유통단계의 중간이윤이 커지는 경우 농가와 이를 공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쌀값 폭등, 올해 내로 잡힐 것
일각에서는 쌀값 폭등의 가장 큰 원인은 2024년산 쌀의 물량 소진 시점과 2025년산 햅쌀의 출하 시기 지연이 맞물린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일시적으로 물량 부족 사태가 벌어진 것이며, 중장기적으로는 쌀값이 평균치를 회복할 전망이라는 것이다. 청주 청원생명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관계자는 "지난해 작황이 좋지 않아 비축분이 약간 부족한 데다 잦은 비와 깨씨무늬병 등으로 올해 햅쌀 출시가 늦어지면서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져 쌀값이 크게 올랐다"며 "2025년산 만생종 출시가 시작됐으니 이제 쌀값은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전했다.
정부는 치솟는 쌀값을 잡기 위해 지난 8월부터 정부양곡 5만 5,000t을 대여 방식으로 공급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0월 말 종료 예정이었던 쌀값 할인 행사를 11월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 단위로 쌀값 안정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한 만큼, 올해 안으로 폭등한 쌀값은 안정되리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2025년 쌀값 폭등은 대한민국 농업과 식량 안보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표다. 정부는 단기적인 시장 안정화 조치와 함께 중장기적인 비전 아래 농업 경쟁력 강화 및 식량 안보 시스템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쌀 재고 관리 시스템의 투명성을 높이고, 수급 예측 정확도를 개선하여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고 지속 가능한 식량 시스템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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