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의식조사’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2024년 기준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 비율은 약 28.6%인 것으로 추정됐다. 통계청으로부터 정식 승인된 통계는 아니나 조사 기관과 표본집단이 동일한 지난 조사의 추이가 2022년 25.4%, 2023년 28.2%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승세를 짐작할 수 있다. 이를 의식해서일까? 상당수의 21대 대선 후보들이 동물 관련 공약을 내세웠다.
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재명은 10대 공약의 세목으로 ▲사람과 동물이 더불어 행복한 사회 조성을 제시하며 △반려동물 양육비 부담 완화 및 의료 서비스 강화 △동물 학대자의 동물 소유권 및 사육권 제한을 실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0대 공약 외 비공식 공약까지 포함하면 그의 동물 관련 정치 행보는 더욱 열띠다. 그는 후보였던 5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반려 인구 1,500만 시대, 이제 국민 4명 중 1명 이상이 반려동물과 살고 있습니다”라며 “반면 여전히 동물 학대는 지속되어, 해마다 11만 마리 가까운 동물이 유실·유기되고 있습니다. 개 물림 사고 등으로 반려인과 비반려인 사이의 갈등도 반복됩니다”라고 동물 복지 시대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과 동물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문화를 조성해, 다 함께 행복한 동물복지 선진국을 만들겠습니다”라며 네 가지 방향의 정책 계획을 발표했다.
첫째, 복지 중심 체계로 정책 패러다임 전환. 그는 ‘동물복지’를 동물보호보다 한 발 나아간 개념, 즉 동물을 생애주기 관점에서 건강과 영양, 안전과 습성을 존중받는 존재로 인식하는 것으로 정의하며, 분산된 동물 관련 업무를 통합하기 위해 ‘동물복지기본법’을 제정하고, ‘동물복지진흥원’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둘째, 양육비 부담 절감. 10대 공약으로 제시한 △반려동물 양육비 부담 완화 및 의료 서비스 강화의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다. 그는 동물 병원비가 월평균 양육비의 40%에 이른다는 사실을 명시하며 표준수가제 도입과 표준 진료 절차 마련, 반려동물 등록률 제고와 인프라 개선을 통한 보험제도 활성화, 진료비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 면제 등을 통해 반려동물 양육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겠다고 전했다. 또한 반려동물 진료소로 취약계층이 양육하는 동물과 구조·입양된 동물, 동물병원이 없는 지역의 진료 공백을 메우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셋째, 학대와 유기 방지 및 건강한 반려동물 문화 확산. 마찬가지로 10대 공약의 일환인 △동물 학대자의 동물 소유권 및 사육권 제한을 구체적으로 풀이한 내용이다. 동물 학대 가해자에게 일정 기간 동물 사육을 금지하는 ‘동물 사육금지제도’를 도입하고 반려동물 양육 전 기본소양 교육제도를 점진적으로 도입하여 보호자의 책임 의식을 증진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정치 생활을 통해 피력해 온 불법 번식장 및 유사 보호시설 규제에 대한 의지를 다시금 내비치기도 했다. 보호소를 가장한 영리업체의 운영과 홍보를 제한하고, 동물보호센터의 예산과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넷째, 농장동물과 동물원·실험·봉사·레저동물의 복지 개선. 그는 동물복지 인증 농장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며, 축종별 농장동물 복지 가이드라인을 실천하는 농가에 직불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동물원과 수족관은 생태적 습성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공영동물원의 야생동물 보호와 교육 기능을 강화하며, 공영동물원의 야생동물 보호와 교육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끝으로 실험동물의 희생을 줄이기 위한 ‘동물대체시험활성화법’ 제정이 거론됐다.
그의 공약에 많은 이가 기대를 표하는 까닭은 그가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동물 관련 정책 집행으로 성과를 낸 바 있기 때문이다. 2016년,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대통령은 1960년대부터 개고기 유통의 중심지로 악명을 떨친 모란시장에서 개를 보관하거나 전시하고 도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모란시장 환경정비 사업’을 시행했다. 4개월 만에 상인과 합의를 끌어낸 초고속 집행이었다.
2021년 경기도지사 시절에는 동물보호 시민단체 ‘동물권행동 카라’와 손잡고 경기도 전역 개 농장을 전수 조사한 뒤 보고서를 발간하고, ‘개 식용 및 반려동물 매매 제도개선 국회토론회’를 열었다. 그는 당시 “동물도 하나의 생명인데 물건 취급을 하면 결국 인간에 대한 존중도 어려워질 수 있다”며 “하나의 생명으로 존중하고 공존하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다만 그의 성과가 온전히 긍정적인 평가만 받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모란시장에서는 아직도 공공연하게 개고기가 유통되고 있다. 모란시장 환경정비 사업 당시 개 도축 시설은 철거되었으나 개식용과 유통을 금지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실천 의지를 알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근본적인 동물권 개선을 달성하지는 못한 셈이다. 대통령으로서 권한이 한층 강화된 지금, 그가 ‘동물 복지 시대’를 개막함으로써 정치 역사에 더욱 괄목할 성과를 기록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사진 출처: 더불어민주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