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가 사라진다. 기후변화로 바뀐 과일 지도

사과와 기후 위기

파인미디어 승인 2023.03.18 04:05 의견 0

강지효 (공동육아협동조합, 대안학교 교사)

혹시 사과가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재배될 수 없는 과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오래전부터 시장에서 자주 본 과일 중 하나이고, 많은 사람이 좋아하고 쉽게 먹을 수 있는 사과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과일 중 하나입니다. 잔칫상과 제사상에서도 항상 등장하기도 하죠. 영양소도 풍부해 ‘아침에 사과 하나면 평생 의사가 필요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사과 품종만 해도 무척 다양합니다. 싱그럽고 푸릇한 아오리, 당도가 높고 빨간 홍로, 금색과 노란색을 띠는 시나노 골드, 우리나라 재래종인 능금, 빨간 홍옥, 붉은색 빛과 초록색 빛이 어우러져 있는 부사, 등 다양한 품종들이 연구되고 개량되었습니다.

​사과 생장에 영향을 주는 큰 조건은 기후와 토양이라고 합니다. 사계절인 우리나라는 남북 지형이며, 강수량이 많은 여름을 지나 서늘하고 건조해지는 가을을 넘어가며 열매를 맺기까지 비교적 괜찮은 기후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사과는 10월 초부터 12월까지 제철이지만, 저장시설이 발달하고 다양한 품종들이 개량되면서 더 달고 맛있는 사과를 사계절 내내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사과를 우리나라에서 재배하기 어렵다니요? 바쁜 아침에 사과 하나만 먹어도 포만감이 있고, 아삭하고 달콤한 데다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과일을 말이죠. 더 이상 재배할 수 없다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겁니다. 손쉽게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 과일을요.


그런데 며칠 전 이러한 소식을 공영방송 뉴스를 통해 보게 되었습니다. 인류가 온실가스를 줄이지 못해 지구의 온도가 지금보다 더 높아진다면, 사과는 2050년대가 되면 강원 산간 지역에서만 재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2070년대가 되면 국산 사과는 거의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미 우리나라 사과 재배 지역은 점차 강원도 쪽으로 올라갔고, 강원도 사과 재배면적은 2011년 321㏊에서 2021년 말 기준 1,579㏊로 10년 새 5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몇 해 전부터 바나나, 망고 같은 열대과일이 우리나라 남쪽이나 제주도에서 재배가 되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도 놀라긴 했지만, 2070년대엔 우리나라 사과를 보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예측은 더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과와 기후가 이렇게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된 뉴스였습니다. 최근 들어 기후 위기의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많은 사람이 공감하며 지구 온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지구의 온도는 가열 중입니다.

​고려 시대부터 이 땅에서 재배되어 온 사과가 70년 후에도 우리나라에서 재배될 수 있는 환경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도 이 땅에서 재배되는 달콤하고 아삭한 사과를 먹을 수 있도록,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더 느끼고 지구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실천해야 할 때입니다.

저작권자 ⓒ 파인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