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요리 체험 '키즈쿠킹클래스' 올바른 식습관과 다양한 감각활동에 도움

"초록색은 싫어요. 맛 없는 채소 색깔이잖아요."

김은경기자 승인 2023.05.02 16:26 | 최종 수정 2023.05.03 14:33 의견 0

전문가로부터 하루 동안 한시적으로 일일 강좌를 받으며 다양한 체험을 하는 과정을 원데이클래스라고 한다. 분야는 요리, 가죽 공방, 비누 만들기, 꽃꽂이 등 매우 다양하다.

발렌타인데이나 빼빼로데이 같은 기념일에 직접 만든 초콜릿과 빼빼로 과자를 연인이나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 일일 체험을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본인의 취미 생활이나 창업을 위해 장기적인 클래스를 진행하며 수강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오트도트 계절 채소놀이 원데이클래스

원데이클래스 문화가 성행하기 시작하며 요즘은 어린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키즈 클래스 또한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키즈 클래스 분야 또한 요리, 미술, 클레이아트 등으로 다양하게 도전해 볼 수 있으며, 어린이들이 즐겁게 놀이를 하며 사회성을 기르고 다채로운 경험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혀나가는 데에 도움이 되기에 클래스 참여율 또한 높아지는 추세이다.

서울 성동구에서 비건 카페를 운영하며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어린이 키즈 쿠킹클래스를 운영하는 '오트도트' 이현경 대표는, 지난 4월 파인미디어와의 인터뷰를 통해 키즈 쿠킹클래스를 오픈하게 된 이유와 이로 인해 아이들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무엇인지를 직접 경험하며 느낀 바를 밝혔다.

오트도트 키즈쿠킹클래스

"초록색은 싫어요. 맛없는 채소 색깔이잖아요."

놀이터에서 빨강 그네를 타던 통통한 초등학생 남자아이가 소리쳤어요.
초록, 마음을 안정시키는 자연의 색으로 알고 있던 내게는 꽤나 충격이었지요. 이 아이는 지금껏 어떤 초록 채소를 먹어왔을까? 어떻게 하면 초록이 좋아요! 외치게 될까란 질문에서부터 키즈 쿠킹 클래스 기획이 시작되었어요.


문득 20살 후반 박물관에서 학예사로 일하며 아이들에게 전통 요리와 떡 체험을 진행했던 일이 떠올랐어요. '그래, 아이들의 바른 식생활은 무엇보다 중요하지! 나는 채소 요리와 교육에 관한 전문성에 엄마로서의 경험이 더해졌으니 아이들이 초록을 즐길 수 있게 할 수 있을 거야'라는 자신감이 있었죠.


식생활은 꾸준한 반복적 습관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매주 정기적으로 채소 요리와 연관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클래스를 개설했어요. 영어학원이나 수학학원도 중요하지만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 저학년일수록 건강한 신체를 위한 바른 식습관과 다양한 감각적인 활동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입맛과 식습관은 평생 함께 할테니 단순한 체험이 아닌 반복된 학습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우선 자주 오실 수 있도록 수업 5회 이상 신청 시 수강료 할인을 해드렸어요. 또한 매주 메인 메뉴와 디저트를 변경하고 워크시트를 직접 제작하여 우리 아이들이 항상 새롭고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아이들은 직접 만든 음식에 애착을 가져요. 식재료를 세척하고 자르고 모양내고 접시에 완성하는 과정을 통해 음식의 소중함과 특별함을 경험하게 돼요. 조금 번거롭지만 불을 사용하는 위험한 과정 외에 모두 우리 아이들이 직접 조리하도록 지도하는 이유에요.

오트도트 키즈쿠킹클래스



아이들이 거부하는 특정 채소는 억지로 먹이지는 않아요. 다만 조금이라도 먹어보도록 격려하고 칭찬해 줍니다. 아이가 싫어하는 재료를 기억해두었다가 다른 조리법의 요리 형태로 변형해서 주면 언제 싫어했냐는 듯이 잘 먹기도 해요. 당장 많은 양의 채소를 남김없이 먹기보다는 채소 요리에 대한 즐거운 기억, 긍정적 맛의 경험을 쌓아주는 것에 집중합니다.

또한 요리는 사회성을 기르는 경험이에요. 각자의 요리를 완성하지만 그 과정에서 함께 참여하는 친구들과의 협동을 중요시합니다. 정해진 수량의 도구를 서로 순서를 정해 사용하고 각기 다른 도구를 교환하며 쓰는 과정에서 양보와 협동이 이루어지게 돼요.

요즘 아이들은 철저한 청결교육을 받아요. 그래서 손이나 옷에 무언가 묻히는 것을 불편해하는 친구들이 있지요. 요리 전에 깨끗이 손 씻기, 조리가 끝난 후 각자 사용한 도구를 정리하는 일들은 중요시하지만 손으로 음식을 조리하는 행위가 청결을 해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쓰레기가 되는 비닐장갑을 사용하기보다는 음식을 손으로 조리했을 때 그 온도로 재료에 맛이 스며들며 정성을 전하는 과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오트도트 키즈쿠킹클래스 (미술과 요리의 콜라보)


밥을 빚어 주먹밥을 만들고, 밀가루 반죽을 치대어 수제비를 끓일 때 손에 달라붙는 재료에 거부감을 느끼고 더럽다고 표현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클레이와 슬라임은 손에 닿는 느낌이 좋아, 요즘 어린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인공적인 소재보다 자연에서 온 재료 고유의 색과 향, 촉감을 많이 경험하게 해주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요리 수업, 그것도 채소 요리를 알려주는 일은 쉽지 않아요. 채소 요리는 보기에 화려하고 입에 단 케이크나 쿠키와 같은 요리보다 인기가 없어요. 가공된 식재료를 배제하고 신선하고 좋은 식재료로 만든 채소 요리는 수업단가는 높아지지만 학생과 학부모에게 잘 전달되지는 않지요.

그래도 단호박을 싫어하는 아이가 단호박 떡을 맛있게 먹었을 때, 남김없이 채소 요리를 먹고 자랑스럽게 빈 접시를 내밀며 웃음을 지어줄 때는 기특한 아이의 모습에 행복을 느낍니다. '난 채소 요리를 꽤 맛있게 만드는 요리 연구가이구나' 으쓱하기도 하구요. 그러곤 정성 들여 준비한 채소 요리가 아이들의 튼튼한 몸을 만들고 그를 바탕으로 미래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겠지 생각하며 고된 하루를 뿌듯하게 마무리합니다.


사진 출처 : 오트도트 공식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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