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사이클링이 아닌 안사이클링, 쓰레기를 모으는 브랜드 '기시히'

버려진 청바지와 봉제 쓰레기를 사용해 가방과 다양한 소품을 만드는 곳

김은경기자 승인 2023.04.07 16:37 의견 0

지난 3월 17일부터 19일까지 잠실 롯데월드 몰 엔터테이먼트동에서 열린 렉서스 크리에이티브 마스터즈 마켓. 이곳에서 버려진 청바지와 봉제 쓰레기를 이용하여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기시히'를 만날 수 있었다. 독특한 이름의 기시히는 브랜드 디자이너이자 대표인 김승희의 이름 세 글자 자음을 따 만든 줄임말이다.


당찬 목소리, 흘러넘치는 무량한 에너지는 자연스럽게 그에게로 시선을 향하게 했다. 마켓에 참여하기 위하여 많은 작품들과 함께 대구에서 올라온 기시히 김승희 대표. 첫 오프라인 행사였던 렉서스 크리에이티브 마스터즈 마켓이, '나는 무엇을 위해 일하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되었다는 그에게, 우리는 조금 더 흥미로운 질문을 던져보기로 했다.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한 김승희 대표와 마침내 4월 3일, 1시간의 즐겁고 유쾌한 줌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 브랜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기시히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김승희라고 합니다. 저는 청바지를 이용해 가방도 만들고 여러 소품도 만듭니다. 청바지로 제품을 만들고 남은 재료들로 또다시 2차 창작물을 만들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넓게 엮어 러그 형태의 제품을 만든다거나, 빈백 같은 것 말이죠. 보통의 오브제는 솜을 채워 제작하지만 저는 바지의 남은 불규칙한 부분들을 모아 빈 공간에 채워 넣습니다. 판매도 하지만 앞으로 전시도 할 예정이기에 틈틈이 이것저것 만들어보고 있어요.

Q. 해당 제품을 만들게 된 계기(기시히를 오픈한 계기)는 무엇일까요?

사실은 제가 학생 때부터 너무도 하고 싶었던 일이었어요. 실질적으로 기시히라는 브랜드를 만든 건 고등학교 3학년 때인 2013년이었죠. 혼자 브랜드 이름을 짓고 청바지로 가방을 만들어보고 친구들에게 나눠주는 등 재미로 했던 일이 어느 순간 직업이 되었어요. 대학을 졸업한 후 다른 일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 돌아오게 되었죠. 생애 마지막으로, 정말 열심히 해봐야지 하는 다짐으로 도전한 일이에요.

왜 청바지로 가방을 만드냐 물으신다면.. 사실 거창한 이유는 없어요. 그냥 재밌기 때문이에요. 보통은 가죽 등을 이용해 가방과 지갑 등을 만든다면 저는 오래전부터 천으로 만드는 것을 해보고 싶었어요. 패션디자인과를 졸업하면 교수님들은 ‘모두 디자이너가 되어서 제작은 공장에 맡긴 후 많이 판매를 한다’라고 말씀하시지만 저는 제가 직접 재봉틀을 돌려 만든 옷을 팔고 싶었어요.

지금도 모든 제품들은 손수 혼자 만들고 있습니다. 근로장학생 친구들의 부자재 정리 등과 같은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디자인부터 제작까지는 모두 직접 제 손으로 하고 있어요.

Q. 기시히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저는 패션은 사치산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매번 새로운 옷과 가방 등이 생산되고,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이쁘다, 갖고 싶다라는 니즈가 생기죠. 자극적인 것들을 자꾸 보게 되면 갖고 싶고 사고 싶은 게 많아지게 되고 이것은 결국 소비로 이어지게 되잖아요. 저는 이 사고 싶다는 욕구, 사야 한다는 열망을 심어주는 것이 결국 불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해요.

업사이클링 역시 버려진 페트병, 방수 천, 폐자전거의 고무튜브 등등으로 만들어지는 제품들이지만, 왜 굳이 이것이 패션산업이어야 하나 의구심이 들기도 해요. 이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많은 제작 과정과 노동자들이 필요하고, 그 노동자들은 우리가 생각지도 못할 만큼 열악한 환경에서 저임금을 받으며 근무를 합니다. 모든 것이 차고 넘치는 이 패션계에서 생산을 위해 또 무언가가 소비되고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다면, 더 이상의 제품 생산은 의미가 없다고 느껴요.

이런 면에서 기시히는 많은 노동자들이 필요하지도 않고, 많은 제작비가 들지도 않으며, 많이 팔기 위해 대량 생산을 하지도 않습니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이것이 저희 기시히라는 브랜드가 그나마 환경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라 생각해요.

Q. 별도로 원데이클래스를 진행하고 계신데, 이를 통해 참여자들이 느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사실 원데이클래스는 저에게는 작업보다 더 힘든 일이긴 해요.(웃음) 8시간을 계속 말하고 가르쳐드려야 하니 점심도 거르고 온 힘을 쏟아부어 클래스가 끝나면 녹초가 되고 말죠. 전날 온 작업실을 깔끔히 청소하는 것부터 시작해 신경 쓸 것이 워낙 많다 보니 정말 체력적으로 지치기도 하고.. 개인 작업을 하는 것이 실질적으로는 더 이득이긴 해요.

하지만 가죽 가방, 에코백 등을 만드는 클래스는 많은데 그 이상으로 넘어가는 것들을 접할 수 있는 곳은 없더라고요. 그것들을 해보고자 하는 사람을 위해, 누군가 이런 과정의 경험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그 기회를 제공하고 싶은 마음으로 클래스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버려진 청바지를 이용해 소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소비자분들께서 직접 경험하여 이해하시길 바라는 마음도 커요. 가방이나 옷 하나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얼마나 많은 작업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옷을 어떻게 소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보실 수 있도록 가이드를 잡아주는 역할도 하고 싶었죠.

클래스가 끝나고 나면 너무 재미있었다, 다음에 또 오고 싶다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쓱싹쓱싹 가위질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하시니 지치긴 해도 큰 보람으로 다가오기도 해요.


Q. 기시히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청바지를 재활용했나요? 또 얼마나 많은 봉제 쓰레기를 모았나요?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보통 작품을 하나 만들 때 청바지가 두벌씩은 들어가요. 한 달에 최소 20벌은 사용하게 되죠. 바지를 뜯기 시작한 지 약 27개월이 되었으니, 여태 재활용된 청바지는 500벌쯤 되겠네요. 봉제 쓰레기는 작품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40kg, 봉제 쓰레기로 갖고 있는 것이 50kg 정도 됩니다.

의외로 적어 보일 수 있겠지만 저 혼자 작업을 하는 양이다 보니 저에겐 사실 적다고 할 수는 없어요.

Q. 이러한 재료들은 어디서 가져오시는 걸까요?

청바지는 의외로 기부가 많이 들어옵니다. 그리고 기시히 홈페이지에서는 고객분이 청바지를 보내면 적립금을 드리고 있어요. 요즘은 나름대로 시스템이 안정화되고 작업량이 늘어나다 보니 기부를 해주시는 옷만으로는 부족해요. 그래서 폐옷을 수출하시는 분에게서 바지를 받아오기로 해, 앞으로는 사용량이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Q. 기시히 대표님은 다른 업사이클링, 친환경 브랜드와는 다른 시선을 가진 것도 같아요. 22년 7월 디지털노마드 메타버스 축제에서 "패션에서 업사이클은 필요한가?"를 주제로 강연을 하셨습니다. 또한 홈페이지에도 "업사이클이 만능은 아니다."라고 기재가 되어있습니다. 기시히 대표님의 업사이클과 친환경 산업에 대한 견해를 들려주세요.

요즘 제가 쓰고 있는 글이 있어요. 제목은 ‘안사이클링’ 입니다.

사람들은 업사이클링이라고 하지만 제 생각은 환경을 생각하면 업사이클이 아닌 안사이클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자라에서 산 청바지를 입다가 그것을 이용해 업사이클을 하는 것보다, 리바이스에서 산 청바지를 다 헤져 기워 입어야 할 정도가 올 때까지 20년이 넘도록 입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이죠.

업사이클이 만능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사람들은 결국 계속 무언가를 사게 되고 그에 어울리는 여러 가지 다른 제품도 덩달아 구매하게 돼요. 이것이 업사이클링 제품이라 해도 무언가를 계속 사들이는 것 자체가 과연 환경에 도움이 되는 걸까를 생각해 보았죠.

한 번 살 때 신중하게 생각하고, 갖고 싶은 것은 구매 후 최대한 오래도록 입는 것. 그 이상의 불필요한 소비는 하지 않는 것. 저는 그것이 더욱 가치 있고 환경을 위한 소비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나바다 같은 캠페인이 환경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느끼죠.

업사이클링 제품들은 대부분 패션과 관련된 것들이 많습니다. 사실 패션산업은 이미 포화상태에요. 플라스틱이나 여러 버려진 용품들을 이용해 옷이 아닌 컵이나 가구들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인데, 이렇게 넓은 패션시장에 왜 굳이 원단으로 들어오는 것인지, 생각하면 안타까운 것이죠. 새활용하여 이미 원단으로 만들어진 것은 더 이상 재활용도 되지 않아요.

플라스틱으로 레고를 만들었다, 그럼 레고를 다시 다른 아이템으로 만들거나 할 수 있지만 원단은 자르면, 만들고 나면 아예 끝이에요.

왜 굳이 업사이클을 해야 하죠? 그냥 안 쓰면 되는 건데 말이죠.



Q. 제품을 만드는 영감은 어디서 얻으시나요? 특히 데님 컵홀더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2020년쯤 말, 언니와 카페를 간 적이 있었어요. 코로나가 심할 때라 카페에서는 머그컵이 아닌 종이컵에 음료를 담아주었죠. 그 컵에 컵홀더를 씌워주셨는데 사용 후엔 아무 이물질도 묻지 않고 깨끗한 형태로 남아있었지만 사실 이것을 다시 반환하거나 재사용 할 수 없잖아요. 일단 집으로 가져왔죠. 그리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다음날 데님을 이용해 컵홀더를 만들어 보았어요.

저에게 영감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가까워요.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작업이 시작돼요. 데님이라는 소재를 활용해서 말이죠.

‘업사이클을 해보자, 그럼 뭘 만들까, 가방을 만들어 보자.’ 와 같은 순서가 아닌, ‘문제가 생겼네? 그럼 이걸 데님을 이용해 해결해 보자’로 이어지는 거예요.

또 패션디자인과를 졸업했고 패션에 관심도 많다 보니 다른 브랜드나 여러 종류의 옷들을 보고도 영감을 많이 받는 편이에요. 기시히 가방 중에 식스팩 주머니가 크게 달린 가방이 있는데, 이것 또한 아크네 스튜디오에서 나온 카고 바지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하게 되었답니다. 다른 패션들을 보며 저런 제작 방식이 있구나, 기법이 있구나 등을 참고해요.

Q. 기시히가 만들어지기까지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일까요?

기시히가 제대로 운영되기 시작한 것은 2021년 1월부터예요. 사실 제일 힘든 것은 매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돈을 많이 벌고 적게 벌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번 달 월세를 내야 한다 등의 현실적인 문제에서 오랜 시간 고민이 많았어요. 예쁘게 많이 만들어 싸게 팔면 매출이야 높아지겠지만, 기시히의 궁극적인 목표는 많이 파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그래도 요즘은 중간지점을 잘 찾아 운영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개인 작업을 놓지 않으면서 혼자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의 매출만 나오면 된다고 생각해요.

Q. 기시히가 바라는 세상, 함께 하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저는 온 세상 모든 생물들이 둥글게, 둥글게 잘 살기를 원해요. 동물권이 중요한 것도 맞고, 제3국의 어려운 사람들의 기본적인 권리도 매우 중요하죠. 어느 하나가 더 우선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이상적일 수 있겠지만 정말 모든 생명이 행복하면 좋겠다는 것이 제가 바라는 세상이에요.

그리고 어느새 월세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순간부터는 밀알복지재단에 월 5만 원씩 기부를 하고 있어요. 종종 사이트에 기재가 되기도 하니 많은 분들께서도 내가 가진 것을 함께 나누는 것에 대한 행복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Q. 대표님께서 기대하는 기시히 또는 김승희로서의 미래는 무엇일까요?

사실 버려진 청바지를 작품으로 만들어 파는 것으로 많은 돈을 버는 것에 대한 욕심은 없어요. 나중에 해보고 싶은 게 있는데 패션 분야 환경운동을 하는 거예요. 전 세계를 비롯해 우리나라 역시 옷의 물량이 너무 많아요. 때문에 기업에서 매출 대비 옷의 수량을 제한한다든가, 신상품 할인 역시 되도록 제한하여 사람들이 많이, 빨리 사야 한다는 욕구를 줄이게 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옷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부터 우리가 소비하는 순간에 이르기까지는 정말 많은 이들의 희생이 있습니다. 중국, 인도네시아 등의 사람들이 저임금을 받으며 혹은 학대를 받기도 하며 만든 옷을 우리가 구매하게 되죠. 이러한 산업 시장의 실태에 대한 불만이 있어요.

적은 수량을 만들어 세일을 하지 않고 정가로 판매하여 오래 입을 수 있도록, 많은 소비를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패션산업에 기여하는 기업들의 운영방식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앞으로의 활동 계획과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올 한 해의 일정이 어느 정도 잡혀 있었는데 발목 수술이 예정되며 조금 변동이 생겼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옷을 그만 사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웃음) 그리고 여러분이 입지 않는 청바지는 그냥 버리지 마시고 저희 기시히로 보내주세요.

사진 출처 : 기시히 홈페이지 및 공식 인스타그램

https://www.kisihi.com/

@kisihi_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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