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것들의 아름다움, 시 빚는 도예가 김동인 작가

김은경기자 승인 2023.04.06 21:57 | 최종 수정 2023.04.06 23:56 의견 0

김은경기자

지난달 3월 17일부터 19일까지 잠실 롯데월드 몰에서 열린 렉서스 크리에이티브 마스터즈 마켓에서 시 빚는 도예가 김동인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사랑, 소외된 것들에 대한 관심, 쓸모를 잃은 것들의 쓸모, 존재에 대한 인정, 존재의 결함으로 맺어진 존재 간의 결구. 그가 추구하는 버려지는 것들의 아름다움이라는 가치는 어디에서부터 온 것인지, 도자와 함께 시를 빚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김동인 작가와의 서면 인터뷰를 진행하여 그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도자 제작 과정에서 버려지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재조명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김동인입니다.

Q. 버려지는 것들에 쓸모를 만들어주는 것, 이런 가치를 토대로 도예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대학생이었을 때, 학교에서 조형 수업을 처음 하게 되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제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했었어요. 그래서 제가 고등학생 때부터 쓴 일기장을 처음부터 다시 다 읽어봤는데 누군가가 준 사탕 껍데기나 버스 표, 영화표 같은 것들이 일기장에 많이 붙어있더라고요. 그때 알았어요. 나는 버려지거나 쓸모를 다한 것들에게 애착을 가지는구나 하고요. 그래서 도예 안에서는 그런 요소가 무엇이 있지? 생각하게 되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쓸모를 잃은 것들에 쓸모를 찾아주는 방식으로 작업을 전개하게 되었어요.

Q. 작가님의 작품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제 작업의 특징은 버려지는 재료를 다시 사용하는 것보다는 버려지는 것이라는 개념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렉서스 에디션의 경우에는 버려지는 연탄재를 활용해서 제작했지만, 그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어떠한 사물이 버려진다는 상황 같아요. 그런 상황에 의문을 던지고 관객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정말 버려도 괜찮을까? 다른 쓸모는 없을까? 같은 질문들이요. 어떤 사물을 버려야 하는 상황에서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환경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작품 구상 시 영감은 어떻게 얻나요?

가장 먼저 살펴보는 건 지금까지 해왔던 작업을 다시 처음부터 되짚어 봅니다. 이전에 작업했던 것들에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써요. 그리고 현재 시인으로 등단해서 활동 중인데, 제가 쓴 시에서도 작업의 영감을 많이 얻는 편이에요. 생각한 것들을 글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작업과 연계하기도 합니다. 특히 결함 시리즈의 경우도 제가 쓴 시를 어떻게 도자기로 치환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한 결과물입니다.

Q. 핸드 빌딩, 물레체험 등 클래스를 통해 진행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두 과정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클래스는 원데이 체험 클래스와 정규 클래스로 운영 중입니다. 핸드 빌딩의 경우는 손을 중점적으로 사용해 성형하는 기법으로 작업을 진행하게 되고, 물레 클래스는 물레를 활용해서 도자기를 만드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게 됩니다. 제가 운영하는 클래스에서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건 체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오브제를 만들 수 있도록 클래스를 진행한다는 점이에요. 체험으로만 끝나고 실제로 사용하기는 어려운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하고자 합니다.

Q. 시 빚는 도예가라고도 불리는 작가님. 시를 쓰게 되신 계기는 어떤 것일까요?

고등학생 때도 시를 좋아했는데, 그때 시인들이 써놓은 표현을 보면서 내가 읽으면서도 이렇게 많은 걸 느끼는데,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얼마나 많은 걸 느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어요. 저는 시인이 얇은 종이와 비슷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햇빛이 비칠 정도로, 작은 바람에도 나부낄 정도로 너무 얇아서 세상의 작은 현상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런 현상들이 나에게 어떠한 의미로 다가왔을 때 일상적인 언어로 타인에게 이야기하면 그렇게까지 생각할 필요가 있냐?, 매번 그렇게 예민하게 세상을 받아들이면 피곤하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시로 정제해서 보여주니 제 감정이나 감각에 공감해 주는 사람들이 많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자연스레 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바라보는 세상이 어떤 모습인지 알려주고 싶어서요.

백비차 _ 김동인

찻사발 바닥에 움푹 패인

차고임자리 속에는

말차를 마시고 남은 찌꺼기가 고인다

찌꺼기라 버리는 줄 알았더니

백비차라 이름까지 지어주고

따뜻한 물을 부어 마신다더라

관계의 침전물을 버리지 않고

뜨겁게 입 맞춘 적

우리 사이에도 있었을까

바닥보다 더 낮은 바닥에 쌓인 앙금을 녹여

다화의 꽃물보다 맑아진

백비차 단맛을 보고 깨달았지

앙금까지 서로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바닥이 보인다 싶을 때

말차 삭정이를 다화의 꽃가루로 갈무리해

첫 물보다 달게 차오른 백비차처럼

시들어가는 꽃에서 꽃씨 받아 심으며

우리 만남도 처음 피는 꽃인 양

*다화(茶花) : 차에 피는 꽃. 말차의 거품을 이르는 말.

*삭정이 : 살아 있는 나무에 붙어 있는, 말라 죽은 가지.

문예지 ‘모던포엠’ 7월호(통권 202) 中

Q. 클래스에 참여하는 주 고객층은 어떤 분들일까요?

- 취미로 도자기를 배우시는 분들이 많아요. 흙을 만지는 과정에서 집중을 하다 보면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작업에 몰두할 수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도자 전공을 하고 있는데 좀 더 심화해서 배우고 싶은 학생이라든지, 도예가를 업으로 생각하고 다른 곳에서 배우다가 다른 선생님을 찾아서 오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Q. 작가님이 만드시는 작품들의 재료는 주로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나요?

저는 흙으로 작업을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걸 흙으로 만들고 도자기로 만들어서 전달하고자 해요. 시는 글로 시인의 관념을 전달하는 것이라면, 저는 흙으로 도자기로 제 관념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제가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은 기능, 쓰임, 사용이에요. 제가 만든 공예품을 사용자가 실제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기능과 쓰임, 사용에 의해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집중해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Q. 작가님께서 바라는 세상, 함께 하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제일 중요한 키워드는 공감 같아요. 환경 문제이건 관계의 문제이건 어떤 문제라도 공감이 있다면 조금은 세상이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도자기를 만들면서도 시를 쓰면서도 사용할 사람과 읽을 사람을 많이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자신이 영향을 주게 될 대상을 생각하는 것이 세상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알려주세요.

- 지금까지는 결함 시리즈나 다른 작품 시리즈들도 사실 차 도구에 집중해서 작품을 만들었었어요. 요즘은 테이블웨어나 다른 형태의 사물을 만드는 것에 고민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5월과 6월에 단체전이 예정되어 있고, 6월에 개인전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가장 바쁜 시기입니다. 다양한 시리즈의 작업을 하고 있지만, 제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요즘 생각하는 부분은 주인공이 아니었던 것들의 아름다움 같아요. 그게 버려지는 것이건 사라지는 것이건 결함으로 여겨졌던 부분이건 주인공이 아니었던 것들의 가치에 대해서 재조명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사진 출처 : 김동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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